4년 기준 몸값 총액 334억 원의 황금 클린업에는 아쉬울대로 아쉬운 대회였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성적은 냉정했다.
한국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예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1-8로 이기고 1승2패,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미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대만전에서는 이기며 '예선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이스라엘전에서 1득점(10이닝), 네덜란드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대표팀 조기 탈락의 원흉이 된 타선이었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고, 여기에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까지 어깨를 짓누르며 침묵을 이어갔다.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에서는 그래도 선발 전원이 안타를 치며 힘을 냈지만 정작 마운드가 난타를 당하며 마지막까지 진땀을 흘렸다.
이번 WBC에서는 타선, 그 중에서도 중심타선의 부진이 아쉬웠다. 이번 대표팀의 믿을 구석이기에 그랬다. 사실 구단의 반대로 김현수(볼티모어) 추신수(텍사스)의 출전이 좌절되고, 강정호(피츠버그)가 음주파문으로 제외, 박병호(미네소타) 강민호(롯데)가 부상으로 제외됐을 때 대표팀 타선의 약화는 예견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심타선이 건재하다는 점은 위안이었다.
한·일·미 야구를 차례로 경험하고 롯데 컴백을 결정한 이대호(롯데)의 합류가 든든했고, 지난해 리그 최고 타자들인 김태균(한화) 최형우(KIA)가 건재했다. 적어도 중심타선은 세 선수가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세 선수의 어마어마한 계약 규모(이대호 150억, 최형우 100억, 김태균 84억)는 이런 기대치가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 타자 모두 이번 대회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연습경기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린 최형우는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 제외됐다. 네덜란드전 대타로 나서 내야안타를 쳤고, 대만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으나 나머지 네 번의 타석에서는 침묵했다. 기회가 적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이번 대표팀 타선에 큰 공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대보다는 분명 아래였다. 개인적으로는 첫 성인 대표팀이라 더 아쉬웠다.
김태균은 부진에 부상, 논란까지 ‘3종 세트’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스라엘전 3타수 무안타, 네덜란드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김태균은 감기 몸살 증세로 대만전에 빠졌다. 9-8로 앞선 연장 10회 대타로 투입돼 쐐기 투런포를 치면서 '무안타 대회'에서는 벗어났지만 칭찬받기는 어려운 대회였다 여기에 네덜란드전을 앞두고는 국가 연주 때 하지 말았어야 할 거수경례로 논란까지 만들어 개인적으로도 최악의 대회가 됐다.
그나마 이대호는 세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고 투지와 책임감을 선보였다. 대만전에서는 2타수 1안타 2사구로 세 번이나 출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11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기대했던 화끈한 장타쇼는 없었다. 성적을 놓고 보면 대표팀 타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게다가 대만전에서는 얼굴 부위에 공을 맞기도 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는 없는 대회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