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타자 중 초구 스트라이크 11차례
결정구 부족으로 투구수 늘어나
주권(22·kt)의 첫 국가대표 경기는 본인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기억될 듯하다.
주권은 9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호주와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생애 첫 대표팀 경기. 그러나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팀의 0-11, 8회 콜드게임 완패를 막지 못했다. 단 두 타석, 17구가 발목을 잡았다.
조선족 출신 주권은 2007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러나 WBC는 부모는 물론 조부모의 국적까지 참가 자격을 인정한다. 주권은 이러한 규정 덕에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발탁 과정은 요란했다. 존 맥라렌 중국 대표팀 감독은 “주권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설 재능이다”라고 극찬하며 그의 합류의사를 타진했다. 주권은 한사코 고사했지만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열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주권은 쿠바와 첫 경기 등판이 유력했다. 중국 대표팀 측에서 쿠바전 등판을 요청했고 주권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출신’ 브루스 첸이 쿠바전에 나서며 주권의 일정이 하루 밀렸다.
생애 첫 대표팀. 주권은 1회부터 시원시원한 투구를 선보였다. 140km대 중반의 빠르공과 100km 초반대 느린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호주 타자들에 맞섰다. 1회 볼넷을 하나 허용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회 투구수는 17개. 지난 시즌 KBO리그 주권의 이닝 당 평균 투구수 16.51개와 비슷했다.
그러나 2회와 3회, 단 두 타석이 아쉬웠다. 주권은 2회 선두타자 케넬리를 7구 승부 끝에 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노볼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지만 결정구 부족으로 투구수가 늘어났다.
3회는 더욱 아쉬웠다. 주권은 선두 트렌트 오엘첸을 3구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후속 제임스 베레스퍼드에게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커트를 당했다. 속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졌지만 베레스퍼드는 모두 걷어냈다. 결국 주권은 볼 세 개를 내리 허용하며 1루를 내줬다. 마지막 10구째가 볼이 되는 순간 주권은 마운드에서 장탄식을 내뱉었다.
한 명에게 힘을 과하게 쏟은 주권은 후속 루크 휴스에게 곧바로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잘 던지던 흐름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주권은 후속 미첼 데닝과 티모시 케넬리를 범타처리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주권은 지난 시즌 KBO리그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47.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적극적인 승부를 시도했다. 14타자를 상대했는데 초구 스트라이크가 무려 11번이었다. 그럼에도 결정구 부족으로 탈삼진은 한 개도 없었다.
주목할 기록은 한 가지 더 있다. 주권은 지난해 KBO리그서 타석 당 투구수 3.72개를 기록했다. 도망다니지 않고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타석 당 4.5구를 던졌다. 타석 당 0.7구 이상 더 던졌다. 가뜩이나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한 타자에게 10구씩 던지는 투구는 비효율적이다.
중국은 주권이 내려간 뒤 4회 두 점, 7회 석 점, 8회 넉 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반면 중국 타선은 단 4안타로 침묵했다.
주권은 대회 참가 결정을 내린 뒤 “5이닝 투구가 목표다”라고 밝혔다. 2회까지는 목표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3회 베레스퍼드 타석에서의 10구가 주권의 목표와 중국의 첫 승을 모두 어그러뜨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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