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의 중심타자인 이대호(35·롯데)가 마지막까지 투지와 책임감을 선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은 씁쓸하고 허무하게 끝났다. 어쩌면 이대호의 이번 대회를 압축하는 듯 했다.
이대호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1라운드 예선 마지막 경기에 선발 4번 1루수로 출전, 2타수 1안타 1타점 2사구를 기록했다. 4번의 타석 중 3번이나 출루하며 분전했지만 두 차례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는 등 수난이 이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50억 원의 거액에 친정팀 롯데로 컴백한 이대호는 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 대회 들어 이스라엘-네덜란드전에서 모두 4번 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전에서 5타수 무안타, 네덜란드전에서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1안타도 네덜란드전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쳐낸 것으로, 경기 흐름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책임감이 컸던 이대호였다.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인 만큼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후배들이 받는 지나친 중압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격려를 당부한 선배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번 대회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연봉과 성적만 보면 감수해야 할 비난이었다.
그런 이대호는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에서도 선발 4번 1루수로 출전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은 타구를 날렸다. 1회 3구 삼진으로 물러난 이대호는 5-0으로 앞선 2회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판웨이룬의 몸쪽 빠른 공에 왼쪽 머리를 맞은 것이었다. 다행히 헬멧에 맞아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충격이 컸다. 한참 누워 있었을 정도였다. 시즌 중이라면 곧바로 교체될 정도의 위협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결국 툭툭 털고 일어나 1루로 걸어 갔다. 마지막 경기를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투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대만이 3점을 추격한 4회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6-3으로 앞선 1사 1,2루 상황에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뜨려 2루 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대호의 이번 대회 첫 장타이자 타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마지막 타석은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끝났다. 8-5로 앞선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황성숭의 변화구가 손에서 빠지며 원바운드로 이대호의 왼 다리를 맞췄다. 이미 몸에 맞는 공을 많이 기록한 대만에 경고를 줬던 주심은 경고대로 곧바로 황성숭의 퇴장을 명령했다.
사실 이 투구 자체에 고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대호로서는 두 번의 몸에 맞는 공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대호의 제4회 WBC도 그렇게 끝났다. 이대호는 이 상황 직후 대주자 오재원과 교체됐다. 4회 WBC 성적은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 1타점이었다. 파란만장한 WBC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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