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엇갈리는 희비' 韓日 , 차이는 해결사와 베테랑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09 06: 00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많이 대조적이다.
일본은 B조 1라운드에서 쿠바와 호주를 완파하며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이 가시화된 반면, 한국은 A조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연패를 당하며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해결사의 유무 그리고 팀의 중심을 지탱해야 할 베테랑 선수의 활약에서의 차이가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게 했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1-2,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무엇보다 타선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한국은 2경기 19이닝에서 단 1득점만 뽑아냈다. 팀 타율은 0.203(64타수 13안타)에 그쳤다. 장타는 홈런 없이 2루타 2개에 불과했다(네덜란드전 손아섭, 박석민). 특히 믿었던 중심 타선, 김태균과 이대호가 16타수 1안타의 침묵에 휩싸이면서 한국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들을 펼쳤다. 한국에 해결사는 없었다.

여기에 경험을 중시해 뽑은 이번 대표팀 구성이었지만, 흔들리는 팀을 지탱하고, 팀 분위기를 쇄신시켜 줄 베테랑들의 역할이 전무했다. 무너져가는 흐름에 베테랑들도 휩쓸렸다. 중심타선과 베테랑의 역할을 동시에 맡은 김태균과 이대호(이상 35), 이용규(32) 등 고참급 선수들의 파이팅이 사라지면서 한국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2연패를 당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한국과 정 반대의 모습을 선보였다. 해줘야 할 중심타선, 분위기를 끌어올려줄 베테랑의 역할이 지대했다. 7일 쿠바와의 첫 경기, 일본은 1회말 유일한 메이저리거 아오키 노리치카의 2루타, 그리고 4번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베테랑과 중심타선의 하모니였다. 특히 김태균 이대호와 동갑인 아오키는 중견수로 나서 수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쿠바로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수차례 다잡았다.
또한 쿠바전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베테랑 마쓰다 노부히로는 스리런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1-6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1-1 접전 양상으로 경기 중반에 접어든 4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안타로 출루해 득점까지 성공,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특유의 넘치는 파이팅으로 일본의 흐름을 고무시켰다. 
8일 열린 호주전에서 일본은 예상 밖으로 고전했다. 쿠바전과 같이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본은 0-1로 끌려가던 5회초 마쓰다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며 한숨을 돌렸다. 욕심내지 않은 팀 배팅으로 일본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중심타선이 나서 해결했다. 5번에 포진한 나카타 쇼가 7회초 역전 결승포를 때려낸 데 이어 8회말 4번 쓰쓰고가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2연승을 완성했다.
세대교체 단계를 밟고 있는 일본 대표팀에서 아오키와 마쓰다는 몇 안 되는 30대 선수들이다. 국제 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이들의 경험은 WBC 첫 2경기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승리까지 이끌었다. 여기에 4번으로 나선 쓰쓰고와 5번 나카타 등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 중요한 순간 해결사를 자처했다, 쓰쓰고는 2경기 연속 홈런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는 등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인프라와 선수층의 차이로 전체적인 야구 수준은 차이가 있지만 대표팀 레벨에서는 언제나 자웅을 겨뤄왔던 한국과 일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숱한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신생 대회였던 WBC 대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한 스토리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WBC는 본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던 존재들로 인해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과 대조되는 성적으로 한국에는 씁쓸함만이 남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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