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안방이라 더 아프다…역대 최악의 고척 참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09 06: 00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역사에 또 한 번의 참사가 기록됐다. 안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야구는 2017년, 일본 삿포로. 카타르 도하, 대만 타이중에 이어 한국 고척스카이돔에서 쓰라린 아픔을 겪게됐다.
한국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예선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각각 1-2, 0-5 패배를 당하며 2패를 기록했다.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6-5로 꺾으면서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한국은 WBC 두 대회 연속 조별 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은 비시즌에 열리는 국제 대회는 날씨가 온화한 대만, 혹은 돔구장을 다수 보유한 일본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한국도 고척 스카이돔이라는 최초의 돔구장을 갖게 되면서 날씨의 제약 없이 비시즌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1라운드 유치 경쟁 상대였던 대만이 내부 사정으로 유치를 포기하면서 한국은 사상 최초로 안방에서 WBC 대회를 유치했다.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는 사실상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였던 만큼 야구팬들의 기대도 컸다. WBC 대회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투혼과 감동을 안방에서 느낄 수 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WBC 대회, 그리고 안방인 고척 스카이돔에는 투혼도, 감동도 없었다. 대표팀이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2연패를 당하며 예선 탈락하면서 ‘고척 참사’라는 오욕의 역사만 남게 됐다.
한국 야구에 있어서 참사로 기억될 순간들은 3번 있었다. 일본 삿포로, 카타르 도하, 대만 타이중에서 대표팀은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3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해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에 패하며 아테네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야구 종목 사상 첫 메달을 따낸 영광을 잇지 못했다. 3년 뒤인 2006년에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역시 오욕으로 점철됐다. 당시 대표팀은 미필자 위주의 선수단을 구성했고, 사회인 야구(실업야구) 선수 중심의 일본, 그리고 대만에 패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첫 경기였던 복병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며 험난하게 출발했고, 이후 호주와 대만을 모두 잡아냈지만 TQB(팀 퀄리티 밸런스)에서 뒤지며 2승1패를 기록하고도 탈락했다.
앞선 3번의 참사와 다른 점은 이번 참사가 홈에서 벌어졌다는 것. 안방에서 한국 야구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기에 여파는 크다. 이번 WBC 대표팀은 선수단 선발부터 난항을 겪으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였던만큼 홈 어드벤티지를 누릴 여건도 많았다. 그동안 이역만리에서 경기 시간 배정에 불이익을 당했던 한국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모든 경기가 저녁에 배정되는 등 이점도 충분했다.
그러나 한국은 안방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남겼다. 미국 일본과 함께 3대 야구 강국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그동안 국제 야구계에 대회 개최 등으로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WBC 유치는 한국 야구의 국제적인 입지와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대회에 따라야 할 대표팀의 성적이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패배가 늘어가고 대표팀에 먹구름이 드리울수록 야구팬들은 대회에 등을 돌렸다. 주최국의 탈락이 확정되면서 대회 자체가 허탈하게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의 개막전 1만5545명, 네덜란드전 1만5184명으로 만원에 가까웠던 관중 수는 ‘패자들의 경기’인 대만과의 경기에서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4번째 WBC 대회는 참사로 귀결되어 가고 있고, 한국 야구는 또 한 번의 상처를 입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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