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성적에 ‘거품론’은 어쩔 수 없었다.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대표팀 타선이 마지막 경기에서는 힘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홈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1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네덜란드에 연패를 기록했다. 네덜란드가 8일 대만을 꺾음에 따라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한국은 9일 대만과 ‘예선 강등’을 피하기 위한 일전을 벌인다.
탈락은 확정됐지만 중요한 경기다. 제5회 WBC에서 불필요한 예선전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대만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만약 패할 경우 전패에 꼴찌 수모는 물론 2020년 대표팀이 한 번 더 소집되어야 해 일정이 꼬일 수 있다. 지난 두 경기를 잊고 새로운 각오로 달려들어야 할 이유다. 야구는 점수를 올려야 이길 수 있는 경기임을 실감한 한국으로서는 결국 타선 반등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대표팀 타선은 이번 대회에서 말 그대로 ‘무기력’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에 크고 작은 부상, 지나친 중압감 때문인지 선수들의 어깨가 잔뜩 굳었다. 6일 이스라엘전에서 7안타-6볼넷을 얻고도 1점에 머물며 패배의 결정적인 원흉이 된 타선은 7일 네덜란드전에서는 산발 6안타에 그치며 무득점에 머물렀다. 19이닝 동안 딱 1점을 냈다. 팀 타율은 2할3리(64타수 13안타)에 불과하다. 홈런은 당연히 없었다.
그나마 손아섭 민병헌이 나란히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침묵에 엇박자다. 특히 중심타선의 침묵이 괴롭다. 두 경기 모두 3번 타자로 나선 김태균은 7타수 무안타, 모두 4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9타수 1안타다. 중심 타선을 이룰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형우는 평가전 부진 탓에 출전 기회를 잃은 결과 딱 한 타석만 나섰다. 세 선수 모두 어쩌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대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등 여부가 더 주목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김태균이 감기몸살 증상을 앓고 있고, 가벼운 부상으로 네덜란드전에 결장한 양의지와 김재호도 이번 경기에 나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대표팀 타순이 다시 한 번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코칭스태프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다.
KBO 리그는 최근 3년간 유례 없는 타고투저 열풍이었다. 웬만큼 친다는 타자들은 모두 3할을 넘겼고, 마운드는 초토화됐다. 그 사이 타자들의 연봉도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 현재 대표팀에 뛰고 있는 선수 중 FA 계약 4년 기준 총액 80억 원이 넘는 선수만 해도 4명이나 된다. 선수들로서는 두 경기 결과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거품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만전은 마지막 자존심 회복의 기회다. 다만 상대는 만만치 않다. 선발로는 천관위가 나서고, 궈진린 또한 출격이 가능한 상태다. 두 선수는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만만치 않은 구위로 대표팀 타선을 괴롭힌 전력이 있다. 대만 또한 예선 강등을 피하기 위해 이 경기에 절실하게 매달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총력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승리도 탈락의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