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유종의 미? 韓, 중대한 현실 걸린 대만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9 06: 00

이런 경우 보통 쓰는 ‘유종의 미’라는 단어는 접어둬야 한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그보다 더 중요한 현실과 싸워야 한다. ‘예선 강등’을 당하지 않으려면 대만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개최국 중 하나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충격을 넘어 망신을 당했다. 6일 이스라엘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의 충격패를 당하며 모든 발걸음이 꼬였고, 7일 네덜란드전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5로 무기력하게 졌다. 그 사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가 나란히 2승씩을 올려 한국은 두 경기 만에 탈락이 결정됐다.
‘명예회복’이라는 목표는 이제 사라졌다. ‘1승’이라는 목표가 남아있다.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예선 강등 회피라는 중대한 현실도 달려 있다. WBC는 본선 진출 16개 팀 중 조 3위까지인 12개 팀에게 다음 대회 본선 진출권을 준다. 조 최하위 4개 팀은 예선전부터 치러야 한다. 한국이 대만에 지면 예선 강등을 당한다. 대만도 이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 전망이다.

대회 존속이 논란이 되는 판에 다음 대회 예선전을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다만 이번 대회를 떠올리면 WBC 개최 직전연도에 예선전이 열렸다. 호주는 지난해 2월 예선전을 펼쳤고, 멕시코와 콜롬비아는 지난해 3월 예선전을 통과했다. 이스라엘은 가장 늦은 지난해 9월 예선 라운드를 치렀다. 일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2020년 대표팀이 한 번 더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대표팀 소집이 갈수록 쉽지 않아지는 상황에서 ‘WBC 예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시즌 전에 예선이 진행되면 선수들의 컨디션 등에서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있고, 시즌 중에 진행되면 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KBO 리그 일정에 영향을 준다. 예선전 상대 팀들의 수준이 낮다고 해서 우리도 그에 맞춰 대표팀을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대만을 잡아야 한다. 대만의 전력은 분명 최정예와는 거리가 있다. 해볼 만한 상대다. 그러나 승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팀 타선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데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을 리는 없다. 대만은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우리를 괴롭혔던 천관위가 선발로 나설 예정이고, 역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우리를 상대로 호투한 궈진린의 출격도 예상된다.
비슷한 상황에 몰린 궈타이위안 감독도 총력전을 예고했다. 궈타이위안 감독은 8일 네덜란드전 패배 후 “포기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 끝났다고도 말씀드리지 않겠다. 내일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어린 선수들을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기에 승리하는 것”이라면서 베스트 멤버 출동을 예고했다. 항상 ‘복병’이었던 대만이 가장 중대한 상대로 떠올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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