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한국 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6-5로 꺾으면서 A조에서 네덜란드(2승), 이스라엘(2승)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됐다. 대표팀과 대만은 나란히 2패로 고배를 마셨다. 이제는 1승을 향한 자존심 대결이다. 대만에 패해 최하위가 된다면 5회 대회에서 예선전을 거쳐 올라와야 한다. 반드시 1승이 필요한 상황. 대만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대만은 시범경기를 통해 “예상대로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만은 대표팀 소집부터 진통을 겪었다. 대만야구협회(CTBA)와 중화프로야구연맹(CPBL)이 다툼을 벌였고 프로 팀 중 하나인 라미고 몽키스가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 시범경기에서 약점이 있는 모습이었다. 대만과 경기했던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은 “최약체는 맞다. 타자들은 힘이 부족하다. 다만 3명 정도의 투수가 좋다”라고 평가했다.
대만은 첫 경기였던 7일 이스라엘전부터 흔들렸다. 궈진린, 천관위의 에이스 투수 두 명을 연달아 투입했지만 한국을 꺾은 이스라엘의 기세는 매서웠다. 궈진린을 상대로 1회에만 6안타를 뽑아내며 4득점했다. 시작부터 쉽진 않았다. 대만 투수들은 총 20피안타를 맞으며 15실점했다. 타자들은 뒤늦게 몸이 풀린 듯 했다. 6회 3득점, 9회 4득점을 올렸다. 이미 점수 차가 벌어진 이스라엘이 필승조 투수들을 투입한 건 아니었다. 결과는 7-15의 완패.
하지만 대만은 A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를 끝까지 괴롭혔다. 먼저 실점했지만 0-1로 뒤진 3회 폭투와 린즈성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2-4로 뒤진 5회에는 장즈하오가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이후 내야수 땅볼로 역전에도 성공했다. 접전 끝에 5-6 패배를 당했다. 한국과 함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만 타자들은 10안타 5득점을 했다. 네덜란드의 13안타 6득점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등판한 투수, 상대성이 있기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의 6안타 무득점과 비교됐다.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 역시 “대만이 조금 더 잘 쳐서 5점을 딸 수 있었다. 한국에 비해 스윙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전 후반부터 살아난 타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대만 선발 투수는 천관위다. 첫 경기에 등판했던 궈진린은 제구가 불안했다. 150km에 가까운 빠른 공도 효과가 없었다. 대신 이스라엘전에서 2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천관위를 선발로 예고했다. 천관위는 홈런 1개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그러나 그 외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낮게 제구 되는 빠른 공과 변화구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끝까지 괴롭혔던 기억이 있다.
대표팀 타자들은 1라운드 2경기에서 13안타 1득점에 그쳤다. 컨디션이 대체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부상으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도 어렵다. 이전 2경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대만의 투수들도 쉽게 공략할 수 없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마지막 경기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