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과 현장서 함께 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인가. 한국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한 가운데 9일 대만전이 ‘백전노장’ 김 감독의 고별전이 될지도 관심사다.
한국은 제4회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6일 이스라엘과의 개막전에서 1-2의 충격패를 당한 것에 이어, 7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0-5로 완패했다. 그 사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나란히 2승씩을 거둬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과 대만은 탈락했고 이제 9일에는 이스라엘-네덜란드의 1위 결정전, 그리고 한국과 대만의 3위 결정전만이 남아있다.
지난 대회에 비하면 기대치는 분명히 낮았다. “2라운드 진출만 해도 성공”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유독 많았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2013년 제3회 대회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으나 그래도 2승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결과 자체도 최악인데다 과정과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선수 선발을 놓고 끊임없는 잡음이 일어났고 결국 역대 최악의 경기력과 무기력함으로 일관한 끝에 일찌감치 탈락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8일 공식훈련에서 취재진을 만나 “선수들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모든 게 감독 책임이다. 내가 잘못했다”라며 모든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은 “난 이게 마지막이다. 마지막인데 이렇게 돼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들은 이 발언이 김 감독의 ‘감독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했다. 그러나 정황상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김 감독은 올해 만 70세의 고령이다. 전임감독제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2015년 프리미어12, 올해 WBC 감독을 맡았으나 다음 국제 대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김 감독의 발언도 이런 정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지만 김 감독은 한국야구계의 큰 어른 중 하나이자, 국제대회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지도자다. 2006년 제1회 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은 모두 김 감독의 손에서 나왔다. 2009년 이후 대표팀 감독을 맡지는 않았지만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해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는 ‘독이 든 성배’를 김 감독은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1·2회 WBC 당시만 해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이었다.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김 감독의 기민한 선수 운영과 투수 교체 등 ‘벤치의 힘’을 받아 약점을 메웠다.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에도 일본 언론들은 “김인식 감독과 고쿠보 감독의 역량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분명 인정받을 만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며, 한국야구사에 남을 만한 지도자로 손색이 없다.
때문에 대만전 결과가 더 궁금해진다. 이미 탈락했지만 안방에서 벌어지는 1라운드에서 전패의 수모를 당할 수는 없다. 예선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지만, 대만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지, 또 김인식 감독이 다시 '승부사'의 면모를 선보일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명장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기에 더 그렇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