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만만찮은 대만, ‘무기력’ 한국 예선강등 위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08 21: 59

비록 경기는 졌지만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대만이 1라운드 탈락과는 별개로 관중석을 메운 팬들에게 납득할 만한 경기를 선보였다. 대만과 함께 탈락한 한국으로서는 자칫 잘못 ‘3전 전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맛볼 수도 있다.
대만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예선 A조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5-5로 맞선 9회 끝내기 점수를 내주며 아쉽게 졌다. 대만은 2연패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고, 네덜란드는 2연승으로 이스라엘과 함께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이미 2패를 당한 한국도 남은 대만전 결과와는 관계없이 탈락했다. 
7일 이스라엘에게 7-15로 크게 지며 최악의 출발을 알린 대만이었다. 이날 만약 패하면 2패로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선수들이 몇몇 빠졌고, 야구협회와 프로리그의 불협화음으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지 못한 대만의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여기에 상대는 객관적 전력에서 조 최정상급인 네덜란드였다.

그러나 대만은 끈질겼다.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한국과는 달랐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진땀나는 승부를 펼쳤다. 0-1로 뒤진 3회에는 장즈하오, 장즈시엔이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적극적인 타격에 주루까지 돋보이며 네덜란드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어 린즈성 타석 때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고 린즈성의 희생플라이 때 역전에 성공했다.
4회 3점을 내주며 다시 역전을 허용했지만 대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타격으로 네덜란드 마운드를 두들겼다. 5회 선두 후진롱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장즈하오가 우월 2점 홈런으로 한방에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이어 장즈시엔, 린즈성의 연속 안타가 나온 가운데 린이취엔의 2루수 땅볼 때 경기를 뒤집었다.
네덜란드 강타선을 맞아 점수를 내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질기게 따라 붙었다. 경기 중반에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일부 타자들은 성급한 승부로 대만을 도와주기도 했다. 8회 무사 1,2루에서 스쿱의 병살타 때는 벤치가 심판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두 팀 모두 탈락이 확정됐지만 9일 최종전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만약 여기서 져 4위에 처지는 팀은 차기 5회 대회에 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한국이든 대만이든 자존심에 큰 금이 가는 일임은 분명하고, 현실적으로 리그 일정도 무시할 수 없다. 4회 대회는 지난해 9월에 WBC 예선전을 치렀다. 현재 포맷이 바뀌지 않으면 예전에는 불필요했던 대표팀 소집이 한 차례 더 생길 수 있다.
상대 투수의 차이 등에서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대만은 이날 네덜란드 마운드를 상대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10안타를 쳤다. 안타, 폭투, 희생플라이, 홈런 등 득점 루트도 다양했다. 기동력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다. 반대로 한국은 산발 6안타에 머물렀다. 타격 능력이야 한국 타자들이 위라고 쳐도, 현재 집중력과 컨디션에서 우위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7일 이스라엘전에 출격했던 궈진린(투구수 29개), 천관위(43개)이 9일 한국전에 모두 나올 수 있다. 일본야구를 경험한 두 선수는 실질적인 대만의 에이스들로 뽑힌다. 또한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 타선을 괴롭혔던 전력이 있다. 2년 반이 지난 시점이고 당시 이들을 상대해본 선수들이 많지는 않아 또 한 번 새로운 투수처럼 보일 수 있다.
천관위는 예선전에서 4⅓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기록하는 등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0-9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궈진린은 결승에서 선발로 등판, 4⅔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을 긴장시켰다. 한국은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궈진린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진땀 승부를 벌여야 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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