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에 ‘아시아’는 없었다. 한국과 대만이 유럽세에 밀려 나란히 탈락했다. 반면 유럽 국가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연승으로 일본행 발걸음을 이어가며 대조를 이뤘다.
한국·대만과 A조 바구니에 묶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8일 1라운드 통과를 확정지었다. 이스라엘은 6일 한국, 7일 대만을 차례로 꺾으며 A조에서 가장 먼저 2라운드를 향한 고지를 선점했고, 네덜란드는 7일 한국, 8일 대만을 끝내기 승리로 잡고 이스라엘의 뒤를 밟았다. 두 팀은 9일 조 1위를 두고 맞붙는다.
반면 아시아 팀인 한국과 대만은 나란히 탈락의 쓴맛을 봤다.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WBC의 개막전격이었던 6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지며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 7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는 부담감이 어깨들을 짓누르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5로 졌다.
대만도 7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상당 부분 자멸하며 7-15로 패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8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2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7회까지 5-4로 앞서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막판 역전패해 한국과 동반 탈락했다.
2회 대회까지 아시아 라운드는 아시아 팀들끼리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3회 대회부터는 1라운드에서도 아시아 외 대륙의 국가들이 섞여 1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3회 대회에는 A조에서 일본과 쿠바가, B조에서는 대만과 네덜란드가 2라운드에 나가 비교적 균형이 맞았다. 그러나 4회 대회 A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탈락하며 아시아 세력이 몰락했다.
네덜란드나 이스라엘이나 유럽 팀이라 자국 프로리그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때문에 2회 대회까지는 야구 불모지격 취급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본토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카리브 해의 자치령 퀴라소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야구를 받아들인 선수들이 대표팀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조부모의 혈통까지 인정하는 WBC의 넓은 규정 해석 덕을 본 팀이다. 이스라엘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중 이번 대회 전까지 이스라엘에 가본 적이 없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전직 메이저리거, 현역 마이너리거 선수들이 대표팀 참가를 승낙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으며 충만한 동기 부여 속에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예선과 1라운드 가시밭길을 모두 뚫었다.
반면 한국은 3회 대회 당시 네덜란드에 패한 것이 결국 1라운드 탈락의 단초가 된 것을 비롯, 이번 대회에서도 이스라엘-네덜란드에 모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3년 당시 네덜란드를 이기며 2라운드에 갔던 대만 또한 올해는 최상의 멤버를 꾸리지 못한 가운데 조기 탈락을 받아들여야 했다. 현재까지 아시아 팀들은 6경기를 펼쳤는데, 승리를 챙긴 팀은 B조의 일본이 유일하다. 한국과 대만은 2패, 중국은 1패를 기록 중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