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현실 속에 기적은 없었다. 한국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네덜란드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4회 WBC 예선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대만에 고전했으나 경기 막판 경기를 뒤집으며 끝내 6-5 9회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7일 1라운드 개최국인 한국에 5-0 완승을 거둔 네덜란드는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예선 A조는 이미 이스라엘이 2연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으로,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9일 오후 1시부터 조 1위를 놓고 맞붙는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나란히 2연패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6일 이스라엘과 7일 네덜란드에게 연패했다. 이날 대만이 네덜란드에 이겨야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2라운드 진출의 모든 가능성이 사라졌다. 7일 이스라엘에게 덜미를 잡힌 대만 역시 8일 네덜란드전 패배로 탈락했다. 두 팀은 9일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 진출,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WBC 이벤트의 중심에 우뚝 섰던 한국은 2회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국은 2013년 3회 대회 당시 첫 판이었던 네덜란드전에서 0-5의 충격패를 당한 것이 탈락으로 이어졌다. 당시 2승1패를 거뒀으나 생소했던 팀 퀄리티 밸런스(TQB) 원칙에 밀려 2라운드로 가는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1·2회 대회 당시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을 사령탑으로 선임한 대표팀은 설욕을 별렀다. 특히 이번 1라운드는 WBC 사상 처음으로 홈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한국야구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A조 최강자로 평가됐던 네덜란드는커녕 최약체로 가볍게 봤던 이스라엘도 덜미를 잡히며 탈락의 쓴맛을 봤다.
3회 대회까지 14승5패(.737)의 WBC 전적을 기록하며 승률로 따졌을 때 도미니카 공화국(.778)에 이어 2위였던 한국야구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대표팀 선발 과정부터 메이저리그(MLB) 소속 선수들의 불참, 강정호의 음주사건, 논란이 된 오승환의 발탁, 김광현 강민호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가 예상 이상의 참패로 이어졌다.
탈락은 뼈아픈 일이지만 외형적 성장과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에 도취됐던 한국야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영광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나이상 대표팀에서 물러날 시기가 되면서 세대교체론도 힘을 받게 됐다. 또한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비롯한 체계적인 지원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