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충격 2연패 그 후' 韓 침묵의 2시간 훈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08 14: 21

적막감이 가득했다. 그라운드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WBC 대표팀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WBC 한국야대표팀은 8일 오후 12시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2시간 동안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 6~7일 이스라엘와 네덜란드에 충격의 2연패를 당한 한국은 9일 대만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1라운드 탈락이 확정적이다. 이날 저녁 네덜란드가 대만을 잡으면 한국에 실낱 같은 경우의 수도 완전히 사라진다. 
오전 11시40분쯤 선수단을 태운 버스 2대가 고척돔에 들어왔다. 짐을 들고 구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오에 그라운드로 모여 좌측 외야에서 단체 스트레칭을 시작했지만 활기 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단과 관계자 모두 입을 닫고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속상할 김인식 감독은 덕아웃에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된 것은 결국 감독 책임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자책하며 "2회 WBC 일본과 결승전과 함께 이스라엘전이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 나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중심타자 김태균은 심한 감기몸살로 이날 훈련에 불참했다. 김인식 감독은 "김태균이 어젯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대표팀 트레이너와 함께 응급실에 다녀왔을 정도다. 감기몸살이다"며 9일 대만전 출장 여부에 대해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몸도 힘들겠지만 야구가 잘 안 풀리는 것에 정신적으로 흔들렸다"며 "대표팀에 뽑아놓고 나서 이렇게 아픈 선수들이 많은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것에 한숨을 쉬었다. 네덜란드전에는 주전 포수 양의지, 유격수 김재호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야구팬들은 WBC 대표팀에 비난과 질책을 쏟아내고 있다. 2경기 19이닝 1득점으로 형편없는 타격과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단의 절실함이 안 보이는 무성의한 플레이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폭발 중이다. 선수단 역시 크게 악화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탈락이 확정적이지만 아직 마지막 대만전이 남아있다. 심기일전한 대표팀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안방에서 유종의 미다. 김인식 감독은 "난 이게 마지막이다. 마지막이 이렇게 돼 마음이 너무너무 아프다"면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다. 배우고 연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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