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개통령’ 강형욱이 ‘방송왕’이 된 까닭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09 11: 19

“왜 방송을 하냐고요? 저는 개 얘기를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걸요, 하하.”
‘마이 리틀 텔레비전’부터 ‘라디오스타’까지 전문 방송인도 힘들다는 프로그램을 연달아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첫 마디. 다분히 ‘개통령’이라 불리는 사나이다운 답변이었다. 반려견 훈련사로, 반려견 훈련 전문 회사의 대표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에도, 시간을 쪼개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묻기 위해 강형욱을 만났다.
“개 얘기를 하게 되면 전 수다쟁이가 된다.(웃음) 반려견 훈련사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고, ‘강아지 공장’과 같은 산업(반려견 산업)의 어두운 면도 짚어내고 싶다. 스스로 반려견 산업의 부산물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슬플 때도 있고,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누군가가 들어준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강아지 이야기하고, 메시지를 남길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간다.”

그는 스스로를 향해 “어렸을 때부터 어디에 있든 튀는 사람, 설치는 사람이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강형욱이 애견인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고, 방송 출연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운영한 블로그 덕분이었다. 그는 “거의 500개가 되는 게시물을 블로그로 채우며 매일 강아지에 관한 글을 썼다”고 회상했다.
“블로그에 글을 쓴 것들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방송 작가님들까지 보게 됐고, 섭외까지 이어졌다. 블로그 글들이 모여져서 책도 만들어졌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저는 블로그로 안 써도 되고, 방송에서 말하면 되니까 섭외에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다만, 방송을 할 때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건 전혀 제 스타일이 아니다. 제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거면 하는 거고, 그게 아니면 출연료 천만 원을 준다고 해도 못 한다.”
강형욱은 “방송이 홍보 목적도 있지만 그렇게까지(꾸며서) 할 정도로 사업적으로 부족한 건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실하게, 꾸미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 한다는 게 강형욱의 신조였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신조가 있었으니, 바로 ‘있는 척’해야 하는 프로나 강연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연은 강아지 행동에 관련된 것 이외에는 일절 안 한다. 반듯한 이미지가 싫다. 위선자가 되는 느낌이랄까. ‘있는 척’ 말고, 재미있게 말을 나누고 싶은 것뿐이다. 최근 청춘페스티벌에는 참여하기로 결정했는데, 그건 ‘있는 척’ 안 해도 되기에 한 번쯤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내가 이런 말 하면 회사 직원들은 ‘전문가 이미지 쌓아야 하는데’라며 핀잔을 준다.(웃음)”
지금이야 강연 문의도 들어올 만큼 ‘반려견 훈련사’라는 직업이 익숙해졌지만,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를 키우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그는 “여전히 강아지 교육하러 왔다고 하면 박장대소하는 분들도 있고, 시비거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들도 처음엔 자신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고 회상했다.
“현실에선 아직도 그런 시선을 많이 느낀다. 처음엔 ‘저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눈빛이다. 하지만 ‘내가 보여줄게’란 생각으로 임했다. 반려견 훈련을 하러 오는 보호자들에게도 똑같다. 교육은 돈 있어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전 ‘당신이 변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내 교육을 사라’고 말한다. 방송도, 사업도, 훈련도 그것만은 똑같다.”
강형욱은 “동물 보호, 반려견을 위한 행동들이 정말 많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며 방송을 통해, 혹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꼭 반려견 돕기 봉사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행동 하나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동물 보호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동물 보호하는 상주 직원이 되지 않아도,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관련 포스터를 하나 붙여도, 엄마가 아이에게 ‘저 강아지 많이 추울 것 같다’는 말 한 마디만 해줘도 된다. 그럼 그 포스터를 보고, 엄마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동물들도 목마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살게 되고, 앞으로 더 넓은 변화들이 생길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개를 위해 ‘방송왕’을 자처한 강형욱에 최종 목표를 물었다. 그는 고심하다 “꿈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그저 훈련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거짓말 하지 않고 솔직하게,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역시 마지막까지 그는 ‘개통령’다운, 시청자에 늘 편안하게 다가가는 반려견 훈련사다운 모습이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마리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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