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라고 무시했던 이스라엘. 알고 보면 미국팀이나 다름없었다.
2017 WBC 최고 돌풍의 팀은 단연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6일 한국과의 1차전에서 10회 연장승부 끝에 2-1로 이겼다. 이스라엘은 불과 12시간만 쉬고 나선 7일 정오 대만과 2차전서 15-7 대승을 거뒀다. 이스라엘은 9일 오후 6시 30분 고척 스카이돔에서 A조 최강 네덜란드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1-2패)과 네덜란드(0-5패)에게 연속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마지막 대만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대만과 이스라엘이 최강 네덜란드를 꺾어주길 기대해야 한다. 8일 대만이 네덜란드에게 무너지면 한국은 탈락이 확정된다.
이스라엘은 세계야구랭킹 41위에 불과하다. 세계 3위 한국과 4위 대만이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을까. 대회를 앞두고 이스라엘의 전력을 두고 ‘최약체’라는 분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수였다.
WBC는 상대적으로 다른 국제대회와 비교해 선수들의 출전자격이 관대한 편이다. 이중국적 또는 부모님 중 한 명의 국적으로 대표팀으로 출전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선수 28명 중 무려 27명이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선수는 37세 노장 슐로모 리페츠 한 명이다. 리페츠마저 센디에이고에서 대학을 다니며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진짜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선수는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딘 크레머 한 명이다. 그 마저도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 보유자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대학야구(NCAA)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명이 예일대학을 나왔고, 3명이 스탠퍼드 출신이다. 듀크(2명), 세인트존스(2명), 캘리포니아 주립대(7명) 등을 졸업한 대부분이 미국통이다.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도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다.
재밌는 것은 이번 이스라엘 대표팀에 정작 메이저리거 라이언 브라운, 제이슨 키프니스, 족 페더슨, 케빈 필라, 대니 발렌시아가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선수 중 지난해 메이저리그서 뛴 선수는 타이 켈리(메츠)과 이케 데이비스 둘 뿐이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뛰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번 WBC가 그들에게 메이저리거로 가는 쇼케이스인 셈이다.
이스라엘 선수들의 신분이 한국이 패한 변명은 될 수 없다. 대회규정상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은 명백하게 상대를 얕봤고, 실력에서 졌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다. 한국은 상대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싸웠으니 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스라엘의 돌풍 역시 이유가 있었다. 절박한 마이너리거들이 다수 모였으니 투지에서도 이스라엘이 훨씬 더 강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