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FA컵 32강전을 홈경기로 배정 받았지만 치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지난 7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대진 추첨 결과에서 32강 홈경기를 배정 받았다. 전북은 32강전에서 1~2라운드를 거쳐 올라온 팀과 부천 FC의 경기 승자와 다음달 19일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만약 부천이 32강에 올라올 경우 지난해 8강에서 부천과 만나 패배했던 전북으로서는 복수를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이번 경기도 홈에서 열리도록 배정된 만큼 부천과 경기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도 설욕의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전북은 FA컵 32강전을 안방에서 개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북이 전주시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개최로 사용하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의 조명 시설이 FA컵 개최에 필요로 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의 FA컵 규정에 주중에 열리는 경기는 야간 경기(오후 7시~ 오후 8시 시작)로 개최 돼야 한다. 야간 경기의 개최를 위해 경기장 조명 시설의 평균 조도는 1500lx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전주종합경기장은 규정에 부합하는 조명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전북은 FA컵 32강전 희망 개최 시간으로 오후 3시를 올렸다. 주중 경기인 만큼 주간 경기 개최는 안 되는 사항이지만 규정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최종 결정을 한다'고 돼 있어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32강전에서 상대할 팀이 주간 경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힐 경우 전북의 주간 경기 개최는 불가능하다.
FA컵 규정에 따르면 홈팀 경기장 시설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원정팀의 경기장에서 개최하게 돼 있다. 만약 원정팀의 경기장도 규정에 적합하지 않는다면, 대한축구협회가 결정한 중립 경기장에서 경기를 개최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 됐든 조명 시설이 미흡한 전주종합경기장을 임시 홈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전북은 FA컵 32강전을 안방에서 치를 수 없게 됐다. 물론 경기 전에 조명 시설을 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할 전주종합경기장에 조명 시설이 새롭게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