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만 해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꼭 이겼어야 할 상대들에게 잇달아 2연패를 당한 한국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 않았다. 예선 강등의 수가 남았다.
한국은 지난 7일 네덜란드와 WBC 1라운드 경기서 0-5로 완패했다. 한국은 타선이 6개의 안타를 쳤지만 득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후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 무득점에 그쳤다. 게다가 투수진도 홈런을 2개나 허용했다. 여러 모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네덜란드는 집중력 높은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한국 투수진을 무너뜨렸다. 특히 1번부터 4번 타자들은 잇달아 안타를 쳐내며 점수를 뽑아냈다. 약점으로 여겨졌던 불펜진도 흔들림 없이 한국 타자들을 공략해 무실점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6일 이스라엘에 패한 데 이어 네덜란드에도 무릎을 꿇은 한국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스라엘이 3연승을 거두고, 대만이 네덜란드를 꺾고, 한국이 대만을 이긴 다음 플레이오프 출전 자격을 얻은 뒤 플레이오프에서 상대를 꺾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A조 최약체로 꼽히는 대만이 최강자 네덜란드를 이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대만은 7일 이스라엘전에서 투수를 대거 가동했다. 에이스 역할을 해낼 투수들은 네덜란드와 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 여러 모로 한국에는 악조건이다.
하지만 아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건 아니다. 오는 9일 열리는 대만과 사실상 꼴찌 결정전에서 패할 경우가 최악의 상황이다. 2라운드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차기 대회의 본선 직행권이 제한돼 예선 강등을 맞이하게 된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대만은 A조 최약체다. 한국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연패를 당하며 떨어질 대로 떨어진 팀내 분위기와 좀처럼 터지지 않고 있는 중심 타선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한국을 대만을 이긴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예선 강등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