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WBC 대표팀은 이스라엘에 이어 네덜란드에도 패하며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였다.
방패는 탄탄했지만 창은 무뎠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주축 멤버들이 빠진 가운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반면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두 차례 대결을 통해 1점을 얻은 게 전부.
특히 김태균(7타수 무안타), 이대호(9타수 1안타), 최형우(1타수 1안타) 등 중심 타선의 부진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 득점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지금껏 보여줬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그동안 대표팀의 주축 타자로 활약했던 김현수(볼티모어)의 공백이 더욱 느껴졌다. 김현수는 '타격 기계'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KBO리그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태극마크 데뷔전이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타율 .370)을 비롯해 2009년 제2회 WBC대회(.393),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556),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421),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333) 등 대표팀의 주축 타자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김현수는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과 전화 통화를 통해 대표팀 합류에 고사 의사를 전했다. 대표팀은 김현수 대신 손아섭(롯데)을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으로 비교적 선전했으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볼티모어 또한 김현수의 WBC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올 시즌이 끝난 뒤 볼티모어와의 2년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현수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태극마크를 향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그였기에.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등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타자들 가운데 김현수 만큼 국제 무대에서 검증받은 타자는 없다.
김현수는 8일 미국 플로리다 새러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 WBC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선제 적시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2타점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그렇기에 그의 공백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지만 김현수가 대표팀의 중심 타선에 포진돼 있었다면 이런 아픔은 겪지 않았을 터. 두고 두고 아쉽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