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365]한국야구, 2006년과 2017년 WBC의 차이는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7.03.08 06: 00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야구의 세계화를 모토로 2006년 갑작스럽게 탄생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가 2017년 4번째 대회가 됐다. 한국야구는 WBC를 통해 세계야구계에 명성을 알렸고 한국프로야구 중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초대대회에서 한국은 예선전서부터 일본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키며 WBC 흥행의 기폭제 노릇을 톡톡히 해낸 데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야구 종주국 미국을 격파하는 등 강호의 면모를 과시했다. 첫 대회 4강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야구 변방의 나라에서 일약 중심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2009년 열린 2회 대회때는 준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야구 강국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랬던 한국야구가 3회 대회(2013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열린 지역예선에서 복병 네덜란드에 일격을 당하며 탈락하는 아픔을 겪더니 안방(고척돔구장)에서 열린 2017년 WBC 1라운드에서도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패를 당해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회 첫 날 개막전에서 한국이 이스라엘에 의외의 패배를 당하자 외국 언론들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대회에 첫 참가한 이스라엘이 야구 강호인 한국과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2-1로 승리하자 일본 언론은 “WBC 대회 사상 최고의 하극상”이라고 평하는 등 놀라워했다. 이어서 7일 네덜란드전서도 한국이 완패(0-5)를 당하자 MLB.com 등 미국 언론는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이 컸다”며 미국 메이저리그의 위력을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야구가 그 동안 퇴보했던 것일까. 아니면 야구의 세계화가 이뤄져 이스라엘이나 네덜란드의 전력이 강화된 것인까. 전문가들은 한국야구가 후퇴했다기 보다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힘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의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전현직 빅리거이거나 마이너리그 출신들로 구성돼 있기에 한국에 못지 않는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게다가 WBC 대회가 계속되면서 각국이 대회에 준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2006년 제1회 대회에서 김인식 현 WBC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코칭스태프로 활약하며 4강 진출에 기여했던 김재박 전 감독(당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은 “그 때는 준비와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달라졌던 것같다. 우리 대표팀을 나름대로 준비를 잘한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몸컨디션이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몸이 준비가 안돼 경기에서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점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WBC 대회가 갑작스럽게 탄생하면서 홍보 부족 등으로 각국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큰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대다수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들이 부상 등을 우려하며 대회 참가를 하지 않아 많은 나라들이 완전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도 당시 뉴욕 양키스에서 맹활약하던 간판타자 마쓰이가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회가 거듭되면서 세계각국이 대회를 준비하는 자세와 대표선수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국가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한편으로 선수들도 WBC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준비를 열심히하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 출신들은 WBC 활약을 통해 재기를 노리며 더 열심히 뛰고 있다.
또 2017년 한국대표팀은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공격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회전부터 투수력이 이전보다 못한 것에 걱정이 컸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단련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타자들의 공격력을 우리 투수들이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첫 대결 이스라엘전서는 그래도 투수력이 잘 버텨줬지만 2번째 네덜란드전에서는 홈런 2방을 허용하는 등 초반부터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2차전인 7일 대만전서는 20안타를 몰아치며 15-7로 완승을 거두는 등 불방망이를 과시하기도 했다. 2006년  첫 대회 때에는 한국인 첫 빅리거인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등 빅리거들이 모두 출전, 투수력에서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았다.
결국 2017년 한국야구의 패배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이나 네덜란드의 핵심은 결국 미국 야구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회와 2회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한국야구 대표팀이 3회와 4회에서 연속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야구의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소년을 비롯한 아마야구의 뿌리를 탄탄하게 키우는 한편 투수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는 2017년 WBC이다.
/OSEN 스포츠국장
[사진]첫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중이던 2006년 대표팀 선수들(위)과 2연패로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린 2017년 대표팀 선수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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