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무기력 2연패' 독이 된 대표팀의 강행군 스케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08 05: 58

우려스러웠던 강행군 스케줄이 한국 대표팀에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한국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조별 라운드 2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5로 패했다. 전날(6일) 이스라엘에 1-2로 패한 뒤 2연패를 당한 한국은 2라운드 진출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2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투수진은 공을 제대로 내려 꽂지 못했고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타자들의 방망이에는 활력이 없었다. 2경기 동안 투수들은 2경기 동안 10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타선이 올린 점수는 단 1점을 뽑는데 그쳤고 팀 타율은 0.203(64타수 13안타)에 머물렀다. 

태극마크를 달고 온전치 못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 그것도 안방의 야구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어진 것에 면죄부를 주긴 힘들다. 그러나 원인을 찾아볼 수는 있다. 대회 직전까지 휴식일을 찾기 힘든 강행군 스케줄이 참사의 원인으로 꼽을 수는 있다.
3월에 펼쳐지는 WBC 대회 특성상 대표팀 선수단은 일찍이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 본인의 루틴이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리이긴 했지만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이에 대표팀은 일찍이 훈련 캠프를 차렸다. 
1월 31일부터 2월 9일까지 미국령 괌에서 투타의 9명의 선수가 전지훈련에 나섰다. 대표팀 공식 소집을 앞두고 열린 전지훈련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구단의 소속 선수들이 이동과 시차 적응 문제를 해소하고자 진행됐다. 김하성, 서건창(이상 넥센), 원종현, 김태군(이상 NC), 차우찬, 임정우(이상 LG), 손아섭(롯데), 박희수(SK), 장시환(kt)가 대상자였다. 
그리고 대표팀은 지난달 12일에 정식 소집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같은달 23일 귀국했다. 귀국 이후 호텔에 짐을 풀고 이튿날부터는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 24,25일 쿠바, 27일 호주와의 3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 WBC 조직위원회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어 경찰청, 상무와 연습경기, 같은조에 속한 대만,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번갈아가며 고척돔에서 훈련을 치렀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정기적인 휴식일을 가졌지만, 귀국 후에는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은 제대로 된 휴식을 가지지 못했다. 통상 전지훈련이 4일 훈련-하루 휴식의 턴으로 진행되는 것에 반해 선수들에게 피곤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었다. 코칭스태프가 재량으로 대표팀에 휴식을 주기도 했지만, 온전치 않았다. 
특히 귀국한 뒤 약 열흘 동안 정해진 휴식일 없이 그라운드에 나와야 했기에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은 내리막을 탔고 그 시기가 대회와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코칭스태프의 걱정을 키웠다. 양의지, 김재호, 박석민, 임창용, 이대은의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다. 컨디션 저하로 몸에도 이상이 온 것. 귀국 직후 쿠바, 호주와의 3차례 평가전에서 타율 0.500(8타수 4안타) 5타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인 김태균이 정작 본 대회에 들어서자 7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아직 한국의 4번째 WBC 대회가 끝난 것은 아니다. 대만이 네덜란드를 잡아낸 뒤 이스라엘이 다시 네덜란드를 격파하고, 한국 대표팀은 대만을 큰 점수차로 이긴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경우의 수와 지금까지 드러난 팀별 전력을 고려하면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은 지난 2013년 3회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조별 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 그리고 그 어느 대표팀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상황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걱정을 곱절로 키우게 했다. 그런데 이 걱정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 것은 예상치 못했지만 가장 치명적이었던 변수가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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