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역적’, 무오사화+홍길동..팩션사극의 좋은 예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7.03.08 06: 40

‘역적’이 팩션 사극의 좋은 예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는 실화인 무오사화와 극 중 주인공인 홍길동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어 넣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실화라고 뽑을 수 있는 건 무오사화의 배경. 무오사화는 조선 역사에서 ‘사화’라는 이름이 붙은 첫 사건으로 김일손의 신진사류가 유자광 중심의 훈구파에게 화를 입은 사건이다.

발단은 김일손의 사초였고 그것이 확대돼 김종직의 ‘조의제문’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을 ‘역적’은 자세하게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연산(김지석 분)은 세간에 돌고 있는 세조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자신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해석했다. 이에 연산은 유자광을 시켜 사초에 있는 관련 기록을 찾아내라 지시, 이와 관련된 이들을 반역죄로 엮어 쳐낼 생각이었다.
그 타깃이 김일손이었다. 실제로 김일손은 사초에 세조와 관련된 소문을 기록해고 사관들은 김일손이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사초에 실었다는 사실을 반역죄로 확대시켰다. 조의제문이 단종을 내쫓은 세조를 비난한다는 것이 그들의 해석이었다.
이에 연산은 김일손을 비롯해 그의 고향 지인들까지 모두 반역죄로 엮어 처단하는 무오사화를 일으켰다. 이것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건.
이 사건 속 ‘역적’은 만들어낸 이야기를 교묘하게 결합시켜 팩션 사극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우선 충원군(김정태 분)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길동(윤균상 분)이 무오사화를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만들었다.
연산의 역린을 찾고 있던 길동은 연산이 할아버지 세조의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 이와 관련해 반역죄까지 만들어냈다는 소문을 접하고는 계략을 세웠다. 평소 충원군의 집에 드나들었던 이가 김일손의 고향 동무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 그를 이용해 충원군을 엮은 것.
여기에 길동의 형인 길현(심희섭 분)이 궐 내 사관으로 있다는 사실이 충원군을 향한 복수를 가능케 했다.
사실 충원군의 할아버지는 세조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사람. 때문에 길동의 계획은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조를 욕한 이들을 잡아들이는 상황에서 충원군이 그 소문의 중심에 있다는 걸 연산과 대신들이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
이런 허점을 ‘역적’은 길현을 이용해 해결해냈다. 충원군과 악연을 얽힌 길현은 충원군의 이름을 듣자마자 연산에게 이를 고했고 “아무리 왕족이라 하나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임금을 무서워하겠나”라며 그의 추국을 밀어붙였다.
그간 많은 사극은 사실과 허구를 섞어낸 팩션 사극을 많이 표방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허점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역적’은 무오사화라는 실제 사건에 주인공의 복수극을 교묘하게 결합시키며 보는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이것이 ‘역적’이 팩션 사극의 좋은 예라고 불리는 이유일 듯 하다. / trio88@osen.co.kr
[사진] ‘역적’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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