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슬러거'를 패인으로 꼽아
"3~4번타자 16타수 1안타 침묵"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서 심각한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2017 WBC’ 한국 대표팀이 7일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네덜란드와 본선 1라운드 A조 경기를 0-5로 완패했다. 6일 이스라엘전서 1-2로 무기력하게 패한 데 이은 2연패. 본선 2라운드 일본행 티켓은 사실상 한국의 손을 떠났다.
미 언론들도 한국의 2연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한국이 심각한 탈락위기에 놓였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WBC가 시작하기 전에 한국이 첫 2경기에서 패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A조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은 A조 호스트기 때문에 경기 내용에 망연자실한(stunned) 홈팬들 앞에 서게 됐다”라고 촌평했다.
MLB.com은 “메이저리거들이 네덜란드에 리드를 안겨줬다”고 경기를 분석했다. 네덜란드는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와 주릭슨 프로파(텍사스)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했다. 클린업트리오는 잰더 보가츠(보스턴),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조나단 스쿱(볼티모어)으로 꾸렸고 6번타자는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였다. 상위 여섯 명의 타자 중 발렌틴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 ‘빅 리거’, 그것도 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이들이었다.
명성은 헛되지 않았다. 시몬스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자 프로파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렸다. 보가츠는 한국의 선발투수 우규민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3루타를 때려냈다. 사실상 경기의 흐름은 1회부터 네덜란드의 몫이었다.
네덜란드 타순에 즐비한 메이저리거들이 공격을 이끈 반면, 한국 중심타선은 침묵했다. 이 매체는 승부처 중 하나로 ‘부진한 슬러거(slumping sluggers)’를 들었다. MLB.com은 “3번타자 김태균과 4번타자 이대호가 두 경기에서 16타수 1안타 4삼진에 그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첫 경기에서 김태균과 이대호 앞에 놓인 주자는 여덟 명이었다. 네덜란드전에는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묵하며 김태균 앞에 한 명의 주자만 살아나갔다. 그러나 두 경기 합쳐 아홉 명의 주자를 잔루로 남겨둔 건 중심 타선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국은 물론 미 현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2연패. 하지만 2연패보다 더 뼈아픈 건 두 경기 연속 무기력한 선수단이었다. 이제 한국은 기적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