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중심타선은 응답하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클린업 트리오는 고개를 숙였다. 끝내 해결사를 찾지 못했다.
한국은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조별 라운드 2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A조에서 2패를 기록,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안방에서 열린 최초의 WBC 대회였던만큼 기대는 컸다. 그러나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추신수(텍사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부상과 개인사로 인해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최고의 명단을 꾸리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김태균, 이대호, 최형우가 포진한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최정예 멤버들의 그것에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열린 평가전과 연습경기에서 화끈한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생각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패한 대표팀은 김태균과 이대호가 8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침묵했다. 7번의 평가전 동안 22타수 2안타 타율 9푼1리에 그쳤던 최형우는 결국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끝내 최형우에 대한 믿음을 거뒀다. 대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손아섭은 5번 타순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지만 득점과 연결되는 영양가는 없었다.
중심타선의 침묵 속에서 타선과 선수단 전체가 동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이스라엘전 중심 타선에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냈다. 김태균-이대호-손아섭의 중심 타선이 다시 한 번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됐다.
그러나 김 감독의 믿음, 그리고 일말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0-2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 이대호가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분위기 상승의 계기를 잡았다. 그러나 후속 손아섭이 유격수 땅볼을 때려내,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간간히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클린업 트리오의 이름을 그라운드의 관중들이 우렁차게 외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0-5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도 김태균은 2루수 병살타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기회조차도 살리지 못했다.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 이어 이날 역시 김태균과 이대호의 방망이는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2경기 동안 이들은 16타수 1안타, 타율 6푼3리에 그쳤다. 기회를 만들지도 못했고, 해결하지도 못했다.
결국 이번 WBC 대표팀 타선의 상징이자 대표격인 이들이 침묵하자 타선의 전체적인 무게감은 현격히 떨어졌다. 조별라운드 2연패.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한국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많이 희박해졌다. 안방에서 WBC라는 축제를 즐기려던 대표팀의 흥은 해결사를 찾지 못하며 깨져버리고 말았다. /jhrae@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