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집단 슬럼프 앞에 벤치의 교체 타이밍까지 흔들렸다. 타선 침묵뿐만 아니라 마운드 역시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은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0-5 완패를 당했다. 지난 6일 개막전에서 이스라엘에 1-2 충격패를 당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체면을 구겼다. 투수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결과다.
한국 선발 우규민은 1회 시작부터 흔들렸다. 안드렐톤 시몬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주릭슨 프로파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투아웃을 잡은 후 9번 랜돌프 오두버에게 중전 안타와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시몬스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아 추가점을 내줬다.
4회 2사까지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3실점. 크게 무너지진 않았지만 1~2회에만 3점을 허용하며 경기 초반 흐름을 내줬다. 4회 2사 1루, 투구수 63개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는 불펜을 가동하기시작했다.
불펜 첫 주자는 원종현이었다. 첫 타자 오두버를 2루 땅볼 처리하며 4회를 끝낸 원종현은 5호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주며 2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조나단 스쿱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6회에도 아웃카운트 2개를 가볍게 범타로 잡았다.
그러나 6회 2사에서 다셴코 리카르도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주자를 내보냈다. 투구수는 24개, 다음 타자는 우타자 오두버였다. 불펜에선 좌완 차우찬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원종현으로 밀어붙였다. 0-3으로 지고 있어 필승조 투입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원종현이 오두버에게 던진 2구째 공이 좌월 투런 홈런으로 연결돼 스코어는 0-5로 벌어졌다. 앞선 타자 리카드로에게 안타를 맞을 때도 몸쪽 높은 공이었는데 오두버에게도 비슷한 코스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친 것이다.
뒤늦게 차우찬이 나와 2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다음이었다. 이스라엘전부터 투수들의 불안한 투구로 벤치의 투수 운용이 꼬여버렸다. 타선마저 터지지 않아 공격적인 투수 교체도 어려웠다. 투수들의 불안한 투구에 벤치마저 흔들린 총체적 난국의 악순환이다. /waw@osen.co.kr
[사진] 고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