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1위 후보’다운 안정감이었다. 네덜란드는 강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대회 연속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한국을 탈락 위협으로 몰고 갔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4회 WBC 1라운드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무릎을 꿇었다. 타선이 부진을 이어갔고, 선발 우규민이 초반 실점하며 내준 기세를 끝내 반전시키지 못했다. 6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충격패(1-2)를 당한 한국은 2회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에 가까워졌다.
또 다시 네덜란드를 넘지 못했다. 한때 우리가 ‘야구 변방’으로 생각했던 네덜란드는 매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2013년 3회 대회 당시 ‘복병’ 네덜란드에 졌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꾀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점수는 당시와 같았으나 오히려 당시보다 더 견고한 벽을 느껴야 했다.
1·2회 WBC에서 모두 호성적을 내며 한껏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던 한국은 2013년 3회 대회 당시 첫 판에서 네덜란드에 졌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선수들이 몇몇 끼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마운드가 약해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던 네덜란드였다. 그러나 타선이 꽁꽁 묶인 것에 이어 중반 이후 힘 싸움에서 패하며 0-5로 패했다.
이 패배는 두고두고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정신을 차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TBD 원칙에 따라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그렇게 4년 뒤, 더 강해진 전력을 들고 나온 네덜란드를 ‘진짜 상대’로 인정했지만 안방에서의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발 릭 밴덴헐크를 공략하지 못한 데다 마운드는 투런포 두 방을 얻어맞으며 주저앉았다.
MLB 출신 선수들이 많은 네덜란드는 우리처럼 장기간 합숙 훈련을 하지 못했다. 대회 시작 전 모여 몇 경기 호흡을 맞춘 것이 전부였다. 상대적으로 장거리 이동 또한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수들은 힘과 노련미가 있었고, 타자들은 힘을 과시했다. 수비도 깔끔했다. 경기까지 이겼으니 성공적으로 몸을 풀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속으로 패한 한국은 자력 2라운드 진출은 불가능해졌다. 이날 승리했다면 대만전에 이길 경우 2라운드로 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아주 희박한 경우의 수를 잡아야 하는 셈이 됐다. 만약 네덜란드가 8일 대만을 이길 경우 한국의 탈락은 확정된다. 4년 전에 이어, 올해도 네덜란드는 한국 야구의 저승사자가 될 분위기다. /skullboy@osen.co.kr
[사진] 고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