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이랑의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가 아닌 이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08 07: 55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가수가 아닌 이상 요즘 웬만해서는 음악시장에서 가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단지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든든한 배경 없이 가수활동을 시작했다면 현실에서는 고행길이 펼쳐진다. 이는 연기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가수들이 남긴 소감은 이 같은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와 구로문화재단이 주최해 지난달 28일 열린 대중음악시상식은 음원이나 방송 활동 등의 성과에만 치중하는 여타 시상식들과는 달리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된다.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히는 가수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인디가수 이랑이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20일 발매한 '신의 놀이'를 통해 최우수 포크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날 그녀는 갑자기 받은 트로피를 경매하기 시작했다. 5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했는데, 그녀는 "더 없냐?"고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경쟁시켰다. 어느 한 관객이 50만원을 제시했고 트로피는 현금으로 교환됐다. 그녀의 표정은 트로피를 받았을 때보다 돈을 받았을 때 더 행복한 듯 보였다.
이랑은 그러면서 "명예와 돈을 얻어 돌아가게 됐다. 다들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다"며 "저는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이 같은 수상 세레머니를 놓고 돌발행동이라는 입장과 미리 짜인 퍼포먼스라는 입장이 맞서게 됐다. 사실 그녀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고된 현실이 연예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연예인들은 신인시절이나 인기가 없었던 시절 곤궁했던 과거의 삶을 예능에 나와 언급하곤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듣는 이야기가 호기심과 동정심, 재미를 줄 순 있지만 비인기 연예인으로 산다는 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능이 아닌 시상식에서, 현재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밝힌 이랑의 태도는 그래서 더 놀랍다.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인기인에만 집착하는 현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명 '트로피 경매'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인지도를 높이며 관심을 끌었고, 다시 한 번 노래를 듣게 만들었다. 이랑은  트로피와 상의 명예는 매달 내야 하는 월세보다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말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랑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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