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이 지켜본 이스라엘전 패배, "마음 아프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07 11: 20

"안타깝다. 김인식 감독의 마음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나도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 야구대표팀이 개막전에서 이스라엘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난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진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 패배로 1라운드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다. 먼 곳에서 한국과 김인식 감독을 응원한 김성근 감독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한화의 스프링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이날 밤 한국과 이스라엘 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밤 8시30분까지 호텔 숙소에서 투수들을 지도한 뒤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1-1 동점으로 팽팽히 맞선 6회말부터였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듯 보였다. 오승환을 빼면 대체로 공이 높고 제구가 안 되더라. 스트라이크존 문제가 아니다. 국제대회에선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7회 2사 후 원종현이 내야 안타를 맞고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간 부분을 되짚었다. 경기 흐름상 여기서부터 꼬인 것으로 봤다. 
김 감독은 "김인식 감독으로선 7회 2사 상황에서 이현승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현승은 8~9회 써야 할 투수인데 국제대회에서 야구는 한 순간이다. 흐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벤치의 투수교체에 승부가 필요하다"며 "이현승은 팔이 넘어오는 동작이 시즌 때보다 좋지 않았다. 이현승이 안 되니 벤치 입장에선 박희수나 장시환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오승환을 빨리 써야 했다. 임창용도 마음이 앞섰는지 폼이 흐트러져 있었다. 투수 운용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고 말했다. 
타자들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태균은 왼쪽 어깨가 너무 깊게 들어가있다. 깊으면 대처가 늦다. 이대호는 반대로 왼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린다. 안 좋을 때 모습이다"며 안타까워했다. 3~4번 타자로 나온 김태균과 이대호는 각각 3타수 무안타 2삼진, 이대호는 5타수 무안타 2삼진 침묵이었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의 실력이 생각보다 좋았다. 마지막에 나온 투수(조시 자이드)는 우리 오간도보다 더 나아 보인다. 150km 이상 빠른 공에 떨어지는 공도 잘 던지더라"며 "이스라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평가했다. 자이드는 3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몇 년 전부터 이야기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야구에 위기가 왔다. 새로운 젊은 투수들이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김인식 감독의 마음이 쓰릴 것이다. 그 마음은 감독이 아니면 누구도 모른다"며 감독으로서 동병상련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또한 김 감독은 "일본은 고쿠보 히로키 감독에게 3년간 대표팀 전임 감독을 맡기며 지원을 확실히 해준다.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얼마나 지원이 잘됐는지 봐야 한다. 김인식 감독에게만 패배의 짐을 떠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인식 감독 표정이 붉게 상기됐더라. 마음이 아프다. 아직 대회가 남았으니 힘내길 바란다. 주위에서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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