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표팀. 네덜란드전 승리가 간절하다. 손아섭(29·롯데)이 네덜란드 선발 릭 밴덴헐크(32·소프트뱅크) 격파에 앞장설 수 있을까?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7일 고척 스카이돔서 네덜란드와 본선 1라운드 A조 2차전을 갖는다. 전날(6일) 이스라엘과 첫 경기서 1-2로 충격패를 당한 한국은 네덜란드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만일 네덜란드에게도 패할 경우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쉽지 않아진다. 네덜란드 선발은 만만치 않은 ‘지한파’ 밴덴헐크다.
밴덴헐크는 KBO리그 삼성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통산 49경기에 선발등판해 296⅓이닝을 던지며 20승13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그는 150km대 중반의 묵직한 속구를 앞세워 KBO리그 타자들을 공략했다.
밴덴헐크는 두 시즌 연속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2015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와 2년 계약을 맺고 삼성을 떠났다. 그는 지난 두 시즌 소프트뱅크에서도 활약한 뒤 2년 12억 엔에 연장계약을 맺었다.
3년 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밴덴헐크. 그러나 한국 대표팀 타자들은 그에게 낯설지 않다. KBO리그 시절 밴덴헐크는 ‘곰 사냥꾼’이었다. 두산을 상대로 세 차례 선발로 나서 13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 평균자책점 0.68을 올렸다.
자연히 ‘국대 베어스’의 주축들 역시 밴덴헐크에 약했다. 이번 대표팀에 참가한 두산 야수 여섯 명 중 김재호와 박건우를 제외한 네 명이 밴덴헐크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오재원(3타수 2안타)과 허경민(3타수 1안타)은 체면을 세웠지만 민병헌(6타수 무안타)과 양의지(2타수 무안타)는 쩔쩔맸다.
전날(6일) 이스라엘전서 테이블세터를 꾸렸던 이용규와 서건창도 밴덴헐크를 상대로는 나란히 부진했다. 이용규는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 서건창은 2할4푼(25타수 6안타)에 그쳤다. 서건창은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유형의 타자다. 그러나 밴덴헐크에게는 볼넷 1개를 얻는 동안 무려 5개의 삼진을 빼앗겼다.
이는 김태균 역시 마찬가지다. 밴덴헐크에게 타율 2할2푼2리(18타수 4안타)로 약했던 그는 두 개의 사사구를 얻은 반면 6개의 삼진을 당했다. ‘눈 야구’로 정평이 난 평소 모습과 딴판이었던 셈이다.
대표팀 단골손님이던 최정과 강정호의 공백이 아쉽다. 강정호는 밴덴헐크 상대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을 때려냈는데 2루타와 볼넷이 각각 4개씩이다. 최정 역시 타율 4할9리(22타수 9안타)로 밴덴헐크를 두들겼다.
그러나 이들은 명단에 없다. 현재 한국 대표팀 타자들 중 밴덴헐크에게 강했던 선수는 손아섭 한 명뿐이다. 손아섭은 그를 상대로 타율 4할2푼1리(19타수 8안타) 5볼넷을 기록했다. 안타 여덟 개 중 2루타가 세 개. 밴덴헐크 상대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대표팀서 가장 높았다.
밴덴헐크가 슬로우 스타터라는 점도 한국에게는 굉장한 호재다. 밴덴헐크는 KBO리그에서 뛴 두 시즌 모두 3~4월에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이 기간 6경기에서 29⅓이닝을 던지며 2승2패,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다.
물론 2~3년 전 기록인 데다 표본까지 많지 않은 탓에 이를 무작정 맹신하기 힘들다. 그러나 손아섭이 대회 직전 가졌던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 때처럼 '미친 활약'을 선보인다면 밴덴헐크 상대 타율을 떠나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