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화제의 중심, 한화 그 중심에 바로 김성근(75) 감독이 있다.
좋든 싫든 김성근 감독과 한화는 2017시즌을 함께해야 할 공동운명이다. 김 감독과 구단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그 속에서 야구는 계속 된다. 김 감독은 "오로지 야구만 보겠다. 야구에 더 몰입하겠다"고 말한다. 시즌 구상을 위한 머릿속 계산도 바빠졌다.
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김성근 감독에게선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올해 캠프가 마지막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세심하게 하나하나 매달린다. 특유의 고강도 훈련은 변함없다. 김 감독의 오래된 신념과 철학은 2017년에도 이어진다. 캠프 기간 나눈 김 감독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1편은 전반적인 팀 전력에 관한 내용이다.
1) 어느덧 캠프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연습경기 성적은 1승10패1무로 좋지 않다. 결과를 떠나 전체 준비 과정은 어떤가.
"연습경기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를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내용이 아쉽다는 것이다. 열 번 넘게 져서 남는 게 뭔가. 그 속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변화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의식들이 모자라다.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요즘 펑고를 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수비가 안 되면 왜 그런지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 공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잡으러 가야 한다. 그러다 더블로 잡을 것을 놓치며 실점으로 이어진다. 이제부턴 초긴장 속에 들어가야 한다.
보통 이 시기에는 전체적인 포지션이나 역할이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특히 야수 쪽에 문제가 많다. 유격수, 2루수, 포수, 외야 모두 미지수인 상태다. 2루 자리에 정근우가 빠진 것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해야 할 게 산더미 같다. 내야수들의 포구, 외야수들의 송구를 다 고쳐야 한다. 전체 타선도 틀을 잡아야 하는데 수비 포지션이 제대로 안 정해져 있으니 이것도 시간이 걸린다. 시즌은 얼마 안 남았는데 고민이 많다."
2) 지난해 외인 투수 부진으로 힘들었다. 올해는 거물 듀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합류했다.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수치는.
"숫자는 많을수록, 높을수록 좋다. 일단 1년 동안 얼마나 로테이션을 지키느냐가 중요하지만, 숫자상으로 말하자면 상대팀들의 1~2번 에이스들과 맞붙은 경기에서 승률 6할은 해줘야 베스트라 할 수 있다. 강한 투수들이라면 그 정도 해줘야 한다. 승수는 둘이서 최하 20승은 해줘야 하는데 어떤 팀들을 상대로 할지가 중요하다. 둘 다 인성적인 면은 괜찮아 보인다.
오간도는 지난번 KIA전에서 얻어맞은 게 좋은 자극이 됐을 것이다. 그날 본인도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열이 받으니 컨트롤이 왔다 갔다 하더라. 어차피 한 번은 맞아야 한다. 좋은 것을 갖고 있지만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없다. 요즘에는 그 커브를 가르치고 있는데 열심히 배우려 한다. 비야누에바는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컨트롤이나 팔 스윙은 괜찮은 것 같다. 어떻게 할지는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다."
3) 지난해 선발승이 26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올해 선발승은 얼마나 늘어나야 하나. 선발야구에 대한 기대는 있나.
"선발야구라면 투수가 6~7회까진 던져야 한다. 선발야구는 어느 감독이나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 조건이 되느냐의 문제다. 일단 선발 후보들은 많다. 외인 2명에 이태양과 윤규진까지 선발 4명은 거의 확정적이다. 이태양은 스피드도 올라오고, 확실히 감을 잡았다. 윤규진도 잘되고 있다. 여기에 5선발이 누가 들어올지를 봐야 한다. 후보는 배영수·장민재·송은범·심수창·이재우 등이 있다. 재활이 거의 끝난 안영명도 있지만 완벽하게 회복될 때까지는 전력으로 계산하지 않겠다.
선발 후보 중에선 배영수가 지금까지 가장 좋다. 선발진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선발이 아니면 중간도 가능하다. 요긴 하게 쓸 것이다. 송은범도 키플레이어다. 지금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는 중인데 폼을 조금 고치고 있다. 뒷다리가 나오지 않게 하는 데 괜찮다. 송은범이 선발로 들어오면 팀 전력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도 키플레이어를 꼽자면 송은범이다.
4) 김성근 야구의 핵심은 언제나 불펜투수들이었다. 권혁·송창식이 재활로 인해 초반 공백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운용해나갈 것인가.
"외인 2명만 잘 던져주면 나머지는 내가 이리저리 만들어가며 운용할 수 있다. 외인 2명이 7이닝 정도 던지면 불펜 운용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에이스 투수들이 없어 불펜 운용하기가 어려웠다. 올해는 재활 투수, 권혁과 송창식이 어떤 상태로 돌아오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그 둘이 안 되면 어렵다. 지금까지 재활은 잘되고 있다. 권혁은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 놓으니 바깥쪽 낮게 볼이 기가 차게 들어온다. 이대로라면 작년보다 좋을 것이다. 송창식은 아직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은데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초반에는 박정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정진은 힘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던지면 더 까다로운 볼을 던질 수 있다. 김혁민 역시 몸이 아프지만 않다면 괜찮을 것이다. 볼 구위에 따라 머리(선발)로도 들어올 수 있을 정도다. 기본 자질이 좋다. 왼손 투수로는 김범수가 들어오면 좋다. (재활 중인) 권혁과 (마무리) 정우람을 빼면 중간에 박정진 하나뿐이다. 정재원도 주목하고 있다. 옆으로 던지는 투수가 얼마 없다. 정대훈이 아프다고 해서 정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5) 투수들과 배터리 호흡을 맞출 포수 운용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조인성·차일목·허도환 3명의 베테랑 포수가 있다. 1군 엔트리에 3명이 들어갈 수도 있는 건가.
"팀에 야수가 모자라다. 투수도 부족하다. 경기 중 선수를 자유롭게 빼고 넣으려면 포수는 2명으로 가야 한다. 선수교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포수 3명을 쓰면 엔트리에 1명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포수 2명으로 운용해야 한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군 포수는 2명으로 돌릴 것이다. 아무래도 (베테랑) 3명 중 2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3명 다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조인성이 시즌 내내 뛸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차일목도 무릎이 안 좋다고 한다. 지난겨울에 (포수) 보강이 안 된 것이 아쉽다. 혹시 몰라서 캠프에 (2년차) 박상언을 데려왔다. 그런데 박상언도 육성선수 신분이라 4월에 쓸 수 없다. 5월 이후 올라와도 기존 선수 누구 1명이 빠져야 한다. 포수 자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