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어느덧 프로 20년차, 한화 안방마님 조인성(42)이 사생결단의 2017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98년 LG에서 입단한 뒤 올해로 프로 2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조인성은 KBO리그 최고령 야수다.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도 끝난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미야자키까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열외 없이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조인성을 향해 김성근 감독도 "몸을 잘 만들어왔다. 조인성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했다. 지난해 고난의 시즌을 뒤로 하고 도전에 나선 조인성과 대화를 나눴다.
- 올해로 20번째 캠프인데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나.
"부상만 없다면 자신 있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없다. 캠프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과 동등하게 열외없이 하고 있다. 이 정도 훈련을 소화해야 시즌을 정상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어린 친구들과 같이 땀흘리면서 서로 격려한다."
- 1998년 LG에서 첫 캠프는 기억이 나는가.
"그때는 괌과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했다. 그때도 나름대로 절실했지만 아무 것도 모를 때라 얼떨결에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내가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작년에는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나 하나로 인해 우리 팀과 가족, 주변이 너무 힘들었다. 많은 질책들을 들었는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다시 한 번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건재함을 알리고 싶다."
- 누가 가장 의미 있는 질책을 해줬나.
"(박)찬호형이다. 평소 찬호형과 자주 연락하는데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질책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일부러 따끔하게 말씀해주시는 듯하다. '고참으로서 팀을 더 생각해야 하고, 후배를 챙겨야 한다. 항상 몸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고, 투수와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라'며 '팀이 어려울 때 네가 더 파이팅을 내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선수들을 다독이고 스킨십하라. 어려운 상황일수록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씀이었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많아도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찬호형은 정말 고마운 선배다. 말씀이 많으시긴 한데(웃음), 정말 도움이 되는 말들이라 항상 감사하다."
- 지난해 여러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해였다.
"그렇다. 자존심 많이 상했다. 2년간 부상을 당한 바람에 만회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컸다. 몸이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돌아오다 보니 내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앞섰다."
- 지난 2년간 반복된 종아리 부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회복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유연하지 못해서 부상이 왔고, 비활동기간에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웠다. 요가는 맨몸으로 하고, 필라테스는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효과가 크다. 허리나 어깨에 회전력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잡혔다. 부상 방지를 위해 캠프에 와서도 방에서 혼자서도 스트레칭을 계속 한다. 튜빙도 하고, 기구를 이용한 마시지도 한다. 훈련 전 트레이너들이 해주기 전에 나 혼자서 미리 몸을 풀고 나온다."
- 김성근 감독은 5강을 위해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 올해 다른 목표는 없다. 통산 2000경기 같은 개인적인 기록들은 다 필요없다. 작년에 감독님과 약속한 20승을 꼭 지키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조건 5강 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해주신 말씀 중 하나가 지난해 3경기 차이로 5강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3경기만 잡았어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5강에 들었을 때 얼마나 큰 것이 있었겠나. 감독님 말씀을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온몸에 소름 끼칠 정도로 와닿았다. 우리 선수들도 감독님 말씀의 의미를 새겨듣고 마음속에서 잊지 않으려고 한다."
- 강팀이 되기 위해선 주전 포수가 고정돼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되든, 다른 누가 되든 확실한 고정 포수가 있어야 팀이 강해진다. 내가 주전이 아니더라도 고정이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것이다. 어느 위치가 되든 내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어린 친구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뒤에서 항상 준비할 것이다. 신경현 코치님께서도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백업으로 대기하더라도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준비 자세를 갖추려 한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뛰고 있는 것처럼 항상 집중할 것이다."
- 거물 외인투수 2명이 있는데 그들을 이끌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거물들이 왔지만 한국에서는 새로 적응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준비를 잘해서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 역시 외국인 투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캠프 연습경기를 할 때도 중간중간에 상대 타자에 대해 장단점을 말해준다. 여러 외인투수들이랑 호흡을 맞춰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인성이 좋고, 기본이 되어있는 친구들이라 잘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