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9볼넷 후폭풍' 대표팀, 험난해진 향후 투수 운용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3.07 06: 36

월드베이스볼(WBC) 한국 대표팀 투수진의 제구 난조 후폭풍이 1라운드 내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한국은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A조 1차전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1-2 패배를 당했다. 
약체라고 평가받았던 이스라엘의 저력에 한국이 혼쭐을 당한 한 판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력을 논하기에 앞서 한국 대표팀 스스로가 자멸한 경기였다. 특히 투수진에서 9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 마디로 '졸전'이었다.

한국 투수진 대부분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타자와의 승부 자체가 불리해졌고, 길어졌다. 위기의 순간, 실점의 과정 모두 볼넷이 포함되어 있었다. 2회초 선발 장원준이 2루타 1개와 볼넷 2개로 자초한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제 실점을 했다. 7회와 8회 만루 위기 역시 볼넷으로 말미암은 위기였다.
투구수 규정이 존재하는 WBC 대회 특성상 투수들을 자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WBC 투구수 규정은 50개 이상 던질 경우 휴식 기간은 최소 4일, 30개 이상 던졌을 때는 무조건 하루 휴식을 해야 한다. 2연투를 했을 때도 하루 휴식이 필수다. 1라운드 최대 투구수도 65개로 제한되어 있다. 한국 역시 투구수 규정을 의식해 마운드에 오른 7명의 불펜 투수들 모두 30개 이내에서 교체됐다. 
문제는 전염병처럼 번진 볼넷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투구수에도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 선발 장원준도 볼넷 3개를 허용하며 4이닝 65구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후 심창민(1⅓이닝 25구)-차우찬(⅔이닝 10구)-원종현(⅔이닝 5구)-이현승(⅓이닝 17구)-임창민(⅔이닝 14구)-오승환(1⅓이닝 20구)-임창용(1이닝 25구)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는데, 연장까지 경기가 이어지면서 대표팀은 예상보다 많은 투수들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치 못한 출혈이었다.
당장 7일 열릴 네덜란드전 투수 운용이 문제다. 이스라엘은 물론 한국 대표팀보다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투수 운용 자체가 꼬이는 상황이다. 네덜란드전 선발 우규민과 대만전 선발이 예정된 양현종을 제외하고 이스라엘전 등판하지 않은 선수는 박희수, 이대은, 장시환 3명이다. 특히 이대은과 장시환은 평가전과 연습경기에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연 긴 이닝을 버틸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첫 경기를 패한 한국으로서는 우선 2승을 거두는 것이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네덜란드전에서 물러설 수 없다. 결국 이스라엘전 등판한 투수들의 연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생각치 않게 투수들을 많이 소모하면서 연투를 해야 할 투수 인원들이 많아진 것이 문제다. 연투의 경우 투수들의 구위와 컨디션이 조금씩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총력전이 당연해진 상황에서 불펜진의 연투를 통해 네덜란드를 이기더라도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 투수 운용도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퇴양난의 투수 운용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국 대표팀은 안방에서 WBC 조별 라운드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특히 적은 실점으로 조별 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대회에서 투수 운용이 꼬이는 난관에 봉착했다. 과연 대표팀은 남은 WBC 조별 라운드 경기에서 투수 운용의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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