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시네마] 공감하는 '법정 영화'는 된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09 18: 14

사법적 정의는 경찰에서 검찰, 그리고 판사의 단계로 완성되지만 그 고리 바깥에도 주목해야할 무언가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법정물이라는 장르를 떠나 그 바깥에 주목한다.
택시기사 살인이라는 거친 도입부, 돈과 명예욕이 넘치는 변호사 준영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낙인 찍혀 옥살이를 하게 된 현우를 만나면서 느끼하지만 매력적인 변호사로 변신한다.
물론 매끈하게 뒤통수치는 결말은 없지만, 한국에선 정말 나오기 힘들 것 같은 법정 영화의 장점이 잘 살아 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공감의 힘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정의감이라곤 ‘1도 없는’ 지독한 현실주의 변호사 준영이 생애 처음으로 돈이 아닌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은 굉장히 매끄럽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에 배우 정우와 강하늘이 배우로서 강점을 과시한다. 딱 예상한 결론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지만 따지고 보면 흠 잡을 데가 없다.
지난 2월 15일 개봉한 ‘재심’은 3월 5일을 기준으로 226만 6965명의 관객 수를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2013년 개봉한 법정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은 누적 관객수 1137만 4859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10위에 올랐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 따뜻한 세무 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그린다.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사건과 인물 모두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조작된 거짓이 아닌 진실을 입증해가며 강하게 호소하는 송 변호사의 외침은 아픔을 보듬는 위로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송우석을 연기한 송강호의 시간이 흐를수록 착착 감기는 연기도 유려하다.
‘변호인’은 간판, 버스, 벽보, 달력, 명판 등 철저한 고증을 거친 디테일한 소품을 통해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 같은 제작진의 철저한 고증과 노력이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생한 재미와 감동을 증폭시켰다.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의 흥행으로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유린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바 있다. 세상에 숨겨진 진실을 말하는 과정을 다룬 ‘도가니’는 충격적인 진실과 감동의 힘으로, 2011년 가장 뜨거운 이슈작으로 떠올랐다. 장애학생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교사들이 학생들을 성폭행하고, 죄를 지은 교사를 비호하는 현실에 모든 국민들은 분노했다.
가해자들이 가벼운 형량을 처벌받고, 청각장애인들이 분노하는 장면이야말로 이 사건이 끝나지 않은 싸움이 되게 한 클라이맥스였다. 보다 사실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고심하던 감독은 실제 청각장애인들을 법정 방청객으로 출연시키기로 결심했고 이는 놀라운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들 영화에는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다독여줄 만한 서글픈 공감의 메시지가 있다. ‘재심’ ‘변호인’ ‘도가니’가 보여주고 싶은 진실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마음을 움직이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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