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7일(한국 시간) 그 베일을 벗는다. 매년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역시 개막 전부터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부분 중 하나가 흑인 배우의 수상여부다. 지난 2년 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 명단은 커녕 연기상 후보 명단에서 조차 유색인종 배우들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SNS 상에서도 ‘#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로 도배될 만큼 오스카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는 이례적으로 7명의 유색인종 배우들과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영화 ‘펜스’의 덴젤 워싱턴과 비올라 데이비스, ‘문라이트’의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와 나오미 해리스, '러빙'의 루스 네가, ‘히든피겨스’의 옥타비아스펜서, ‘문라이트’ 감독 베리 젠킨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외에도 9개의 작품상 후보 중 ‘문라이트’, ‘펜스’, ‘히든피겨스’ 등 흑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세 편이나 포함돼 있어 오스카의 확고한 변화 의지를 증명했다.
이중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는 부문은 감독상이다. 감독상의 유력한 수상후보로 언급되는 두 후보인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와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는 누가 수상하든 오스카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1985년생인 다미엔 차젤레가 수상할 경우 역대 최연소 감독상의 영예를 안게 되고 배리 젠킨스가 감독상의 주인공이 된다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로 흑인 감독상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 중 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지 이번 오스카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처럼 오스카는 파격적인 후보 선정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것이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에서만 그친다면 구색 맞추기 용이었냐는 또 다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과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공정한 수상 결과를 통해 ‘백인 잔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문라이트’ ‘펜스’ ‘히든피겨스’ 포스터, 스틸 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