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롯데 복귀는 한국이 아닌 개인 훈련지였던 미국령 사이판에서 결정됐다. 그리고 이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선수는 함께 개인훈련을 하고 있던 롯데 내야수 정훈(30)이다. 이제 이대호와 함께했던 과거의 그 시절, 정훈도 그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있다.
정훈은 이대호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 선배’로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이대호에 서슴없이 다가갔던 선수가 정훈이었다. 이에 이대호 역시 정훈을 아꼈다. 이대호가 롯데를 떠났을 때도 비시즌에 함께 개인훈련을 하는 등 남다른 사이임을 과시했다.
올해 1월, 이대호가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을 때도 정훈은 이대호의 옆에 있었다. 사이판 개인훈련 기간 동안 이대호의 롯데 복귀에 힘을 싣는 역할을 했다. 정훈은 “(이)대호 형에게 ‘지금 돌아오면 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대호 형 본인에게도 좋은 타이밍일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을 뿐이다”고 답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를 두고 이대호가 고심을 하는 사이에 정훈도 거들었다.
정훈은 ‘악바리 근성’으로 익히 알려진 선수. 육성선수 출신으로 한때 프로생활을 접고 모교인 마산 양덕초등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성공이 절실했고 그 시기 이대호는 정훈의 정신무장을 돕기도 했다.
그는 “대호 형이 돌아오면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나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근 갔던 주임 선생님이 돌아온 격이다. 긴장을 풀지 않고 나를 다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이대호의 복귀가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했다.
그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바로 ‘초심’이다. 매년 기회를 조금씩 늘린 정훈은 지난 2015년 타율 3할(486타수 146안타) 9홈런 62타점 85득점 16도루를 기록하며 조성환이 은퇴한 뒤 롯데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262 2홈런 46타점 48득점의 성적으로 퇴보했다. 여기에 고질적이던 수비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시즌 후반에는 김동한에게 주전 자리마저 내주기도 했다.
사이판 개인훈련의 연장선인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고 훈련하고 있다. 어떤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했다기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부진의 이유에 대해선 “시즌 초 타율이 2할 초반까지 떨어지자 스스로 너무 조급했다. 그때는 이제 겨우 5월정도 밖에 안됐을 때 였기 때문에 지금 돌아보면 천천히 가다듬고 해도 됐었는데 마음이 급했다”고 덧붙였다.
한때는 확고했던 정훈의 주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가 내야 자원이고 정훈의 자리인 2루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훈련을 통해 드러나면서 입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훈은 “번즈가 2루에서 수비하는 것이 편하다고 하고 팀은 외국인 선수 포지션을 우선적으로 잡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3루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떤 포지션에서든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번즈의 영입은 물론, 이대호의 합류도 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이대호가 합류하서 1루 자원이던 김상호도 3루로 돌아서는 등 내야 포지션에 연쇄적인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하지만 정훈은 오로지 초심과 자기 자신만을 생각했다. 그는 “올해는 수치적인 목표는 딱히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면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을 신경쓰는 것보다 스스로 할 것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