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재심' 한재영 "악역은 이제 그만, 로맨스 하고 싶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2.19 10: 59

(인터뷰①에 이어) ‘재심’의 백철기는 영화 역사상 최악의 경찰 중 한 명으로 꼽힐 듯하다. 사실 그는 이미 나쁜 남자의 진수를 선보인 바 있다. 늘 온몸으로 악의 끝을 표현하며 예측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행동을 보여줬다. 수천 명의 악당에게 영감을 준 캐릭터라고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2003년 개봉한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부터가 그의 상업작의 시작이다. 이후 ‘말죽거리 잔혹사’ ‘내 남자의 로맨스’ ‘썸’ ‘더 게임’ ‘터치’ ‘친구’ ‘황제를 위하여’ ‘강남 1970’ ‘검사외전’ ‘좋아해줘’ ‘사냥’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다. 대부분 주인공에게 패배하는 악당으로서, 상대의 꿈을 저지하는 데만 혈안이 된 소심하고 폐쇄적인 인물이었다.
“그동안 대부분 악역만 했다. 이제 그만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시사회가면 관객들이 돌을 던지시진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연극할 때는 자상한 아빠 역할이나 착한 남자를 많이 했었다. 수염 때문에 그런가? 이상하게 영화에서는 악역을 자주 맡았다.”

그러면서 “제 필모그래피의 시작은 ‘친구2’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남 1970’이 배우로서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원래 창배라는 캐릭터가 제 역할은 아니었는데 그 배우가 사정이 생겨서 제가 대신 맡게 됐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재영은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하지만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다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고 흥미를 끄는 시나리오다. 물론 지금까지 들어온 작품이 악역이 많았고, 의도하지 않게 악한 인물이 됐다. 언젠가는 옆집 삼촌 같은 편안한 캐릭터를 연기할 날도 있겠지 싶다”고 내다봤다.
한재영이 대중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연기의 신’이다.
“예전에는 연기파 배우가 좋았지만 이제는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것도 좋은 배우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25살 때부터 편안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달려왔다. 사실 꾸미는 연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는 대본을 달달 외워서 말하는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현장에 잘 대처하면서 준비한 연기를 보여줄 때 좋은 배우라고 말할 수 있다.”
한재영은 “저도 주인공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며 남녀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에 출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한재영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속 태일처럼 저는 낯을 가린다. 제가 창피해서 숨는 스타일이다.(웃음) 액션, 느와르도 좋지만 로맨스 장르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어느 여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고 부끄럽게 말했다. 겉모습만 보면 굉장히 호탕하고 밝은 성격으로 보이지만 인터뷰 초반부터 중반까지 묻는 말에만 짧게 답하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점차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한강을 걸으며 휴식시간을 보낸다는 한재영의 모토는 ‘인내’다.
“많이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참고 버티자는 생각이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시간은 간다. 그 시간동안 행복하게 버티는 자는 생각이다. 연극배우 시절부터 그 마음 덕분에 지금까지 쭉 걸어올 수 있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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