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재심' 한재영 "송강호 선배, 뒤풀이서 잘했다고 칭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2.19 10: 59

‘재심’(감독 김태윤)은 진실을 쫓는 정우 표 변호사와 꿈과 희망을 찾는 강하늘 표 청년이 어마어마한 스파크를 내며 충돌한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 잊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비리 형사 역을 맡은 배우 한재영이다.
언론시사회 이후 정우와 강하늘에게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낯익은 얼굴이지만 이름은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그의 진가를 ‘재심’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됐다고 확신하는 눈을 갖게 됐으니까.
한재영은 ‘재심’에서 검사의 수사 무마를 도우며 현우(강하늘 분)의 거짓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무자비한 경찰 백철기를 연기한다.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과 묵직한 목소리로 리얼한 모습을 보여줘 마치 진짜 경찰인 듯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무기를 수백 깨쯤 갖고 있는 한재영을 만나 ‘재심’을 선택한 이유부터 촬영 에피소드, 그리고 연기철학에 대해 물었다.
그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제가 TV를 잘 안 봐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실화인지 몰랐다. 작품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본 뒤 비로소 사건을 접하게 됐다”며 “저는 시나리오 속 철기라는 캐릭터만 봤다. 실화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굳이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철기라는 인물이 현실과 범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악역이지만 한재영은 그에게서 왠지 모를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제가 정우와 강하늘의 역할을 할 수 없지 않나.(웃음) 악역이지만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캐릭터처럼 세고 강한 게 아닌 편안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보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아무리 나쁜 인물이라도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에너지가 확장돼야 양식화된 연기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캐릭터와 자신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재영은 백철기가 현우에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철기가 정당하지 않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에게 아내가 있고, 아이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갈 때가 됐다고 가정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고 상상했다. 사이코도 아니고, 그도 사람인데 그렇게 살고 싶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못된 욕과 폭력, 애드리브를 적절히 구사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간 작품을 통해 쌓아온 내공과 열정을 그대로 녹여내며 연기력을 확실히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제 애드리브가 50% 정도 된다. 감독님과 먼저 대화를 나눈 뒤 괜찮다고 하면 다 했다. 테이크를 2번 이상 간 적도 없다. 감독님이 ‘더 나올 것 같아? 더 해볼래?’라는 말을 하시면 ‘더 가도 되고 그만 찍어도 되고 감독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답했다. 마치 동네 형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리얼한 형사 연기를 선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철기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끄럽다고 자평했다. “제가 의도한 바가 모두 안 나왔다. 잘했다고 하시지만 저 스스로는 싫었다. 불만족스러웠다. 이번에 많이 배웠다. 다음에 할 때는 이렇게 표현하면 저렇게 나오는 구나를 확실히 깨달았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개봉 전 열린 VIP시사회와 같은 날 저녁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는 배우 송강호가 참석해 후배들과 함께 어울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 날 송강호는 한재영에게 한 잔을 권하며 연기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송강호 선배가 뒤풀이에 오셨는데 맥주를 따라주시면서 ‘잘했다’고 하시더라. 그만한 칭찬이 없는 것 같다. 너무 감사했다. 선배님과 한 작품에 함께 출연하고 싶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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