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피고인', 이쯤되면 살인마 엄기준의 생존기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2.15 13: 30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벌이는 투쟁 일지이자, 동시에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 스토리다. 또한 악인 차민호가 차선호에게 빼앗겼다고 착각하는 모든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삼켜 차선호로 살아가는 차민호의 생존기이기도 하다. 
박정우가 한 회에 하나씩 기억을 되찾아가며 진실을 따라가는 너머에는, 악행으로 위기를 넘기는 차민호가 있다. 뜨거운 파이프로 자신의 지문을 없애버릴 만큼 지독하지만, 차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차선호' 대신 '차민호'라는 사인을 넘겨버린 허술함 때문에, 때로는 진실을 알고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박정우가 위기를 넘기는 수단이 '기억'이라면 차민호는 '살인'이다. 자신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는 쌍둥이 형 차선호부터,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자신의 목을 옥죈 박정우의 부인 윤지수(손여은 분), 안경 자국을 보고 의문을 제기한 부검의, 자신의 정체를 알아챈 쌍둥이 형의 내연녀 제니퍼 리(오연아 분)까지, 차민호의 악행은 끝이 없었다. 끝을 모르는 살인으로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는 소름 돋는 차민호의 인생은, 진실을 파헤치는 박정우의 삶과 대비되며 더욱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자아낸다. 

악마 같은 본성을 드러내는 차민호를 연기하는 엄기준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피고인'에 몰입시키고 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늘 외면만 받는 서러움, 형에 대한 컴플렉스, 언제든 정체가 들통날지 모른다는 위기감, 냉혹한 살인마, 나연희(엄현경 분)를 향한 사랑과 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엄기준의 캐릭터 소화는 욕하면서도 '피고인' 본방사수를 끝내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4일 방송된 '피고인'에서는 윤지수를 죽인 진범이 차민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박정우는 상고를 포기하고 사형을 확정받고, 차민호는 나연희의 교통사고를 뒤집어 쓰며 같은 교도소로 향한다. 차민호는 "이제 죽여도 되나? 재판 다 끝났는데"라는 말로 마지막 타깃이 박정우라는 사실을 밝힌다. 
다른 사람을 살인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엄기준의 잔혹한 생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막다른 길을 향해 계속되는 신들린 주행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mari@osen.co.kr
[사진] SBS '피고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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