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토리] 더 싱싱한 김주찬, 책임으로 빚어낸 2안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2.15 06: 31

"너무 빠르다. 페이스를 늦춰라".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KIA 전지훈련에서 베테랑 선수들은 사실상 자율훈련을 보장받는다. 점심시간까지 바짝 훈련을 하고 그대로 숙소로 퇴근한다. 스스로 알아서 컨디션과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도 느긋하게 끌어올린다. 실전도 많이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36살의 외야수 김주찬은 아닌 것 같다. 야수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걱정할 정도이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은 "주찬이의 지금의 페이스는 시즌에서 가장 좋았을때의 모습이다. 너무 페이스가 빠르다. 오히려 늦추는게 낫겠다"고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지난 14일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김주찬은 자신의 상태를 입증했다. 야쿠르트와의 대외실전 첫 경기에 지명 3번타자로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회초 1사후 상대의 주축투수 야마나카 히로후미의 초구를 벼랑스윙으로 끌어당겨 왼쪽 담장 철망을 맞히는 대형타구를 날렸다. 
살짝만 높았다면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홈런은 아니지만 2017년 대외 첫 경기 첫 타석에서 기분좋은 장타였다. 기세는 두 번째 타석도 이어갔다. 0-1로 뒤진 3회초 1사 1.3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곤도 가즈키의 3구를 중전안타로 연결시켜 동점을 만들어냈다. 팀의 대외경기 첫 득점타를 자신이 올린 것이었다.
이후 타석에서 빠졌고 2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2안타 모두 최고의 스윙으로 뽑아낸 것이었다. 130경기, 타율 3할4푼6리, 23홈런, 101타점, 97득점, 171안타 등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웠던 작년 이상의 성적이 기대되는 첫 실전이기도 했다. 
김주찬은 올해도 120경기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작년 130경기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찬은 3번타자로 유력하다. 1~2번이 만든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거나 최형우, 이범호, 나지완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자리이다. 김주찬의 활약은 곧바로 팀의 득점력으로 연결된다.
현실적으로 책임과 기회의 멀티안타였다. 그는 올해부터 이범호의 뒤를 이어 주장을 맡았다. 올해는 KIA에 대한 기대가 넘치고 있다. 선수단을 이끌고 김기태 감독 등 코치진과 교감을 이루며 팀 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중책이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말도 많아지고 얼굴도 밝아야 한다. 김주찬은 이런 책임감을 말이아닌 타격으로 보여주었다.
물론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김주찬이 어떤 마음으로 겨우내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대외 실전은 4-3로 팽팽한 경기를 펼치다 8회말 두 점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주장 김주찬의 활약은 패배를 충분히 위로하는 것이었다. '싱싱하고 건강한' 김주찬이 맨 앞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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