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좌완 봉민호(21)는 자양중·경기고 시절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자양중 시절에는 황대인(현 KIA)과 함께 중학 무대를 평정했다. 경기고 시절에도 1·2학년에는 에이스로 활약하며 서울 연고팀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왼손 투수로서 140㎞ 초·중반대의 공을 던지는데다 공을 숨기는 동작이 뛰어나 구속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봉민호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전체 80순위) 지명에 머물렀다. 3학년 때 어깨가 좋지 않았던 것이 지명순위가 미끄러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제아무리 서울권을 대표했던 투수라고 해도 부상 리스크를 안고 갈 만한 팀은 없었다.
그런 봉민호를 눈여겨본 것은 SK였다. 좌완 불펜 육성이 필요했던 SK는 봉민호의 잠재력을 믿었다. 그리고 프로 첫 해에는 집중적인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며 공을 들였다. 그런 봉민호는 이제 SK 퓨처스팀(2군)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자원 중 하나로 성장했다. 어느덧 3년차지만, 정상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된 것은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기에 더 그렇다.
어쩌면 고교 에이스들이 갖는 고질병, 즉 많은 투구 소화로 인한 어깨 부상이 봉민호의 화려한 프로 데뷔를 막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봉민호는 오히려 프로 지명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봉민호는 “어깨를 다치기 전에도 어느 순간부터 구속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프로에 올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 어깨를 다치면서 지명은 생각도 안 했고, 거의 포기 상태로 대학에 가려고 했었다”라면서 “남들이 봤을 때는 상위 라운드에 갈 수 있었지만 하위로 떨어져 아쉽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운하고 그런 것은 없었다. 지명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떠올렸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봉민호는 “처음 지명만 그렇지, 프로에 오면 다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깨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고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아파서 못 던진 적은 없었다고 말하는 봉민호다. 이제 터널을 모두 지나온 만큼 앞만 보고 가겠다는 각오다.
봉민호의 구속은 한창 좋을 때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어깨 부상 직전 자신도 모르게 폼이 조금씩 바뀌면서 구속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봉민호의 자가진단이다. 투구시 무게중심이 앞이 아닌 위로 뜨는 경향을 고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교정이 된 상태로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패스트볼 변화가 심한 선천적인 특징과 맞물려 코칭스태프의 기대감도 커진다. 숨김 동작이 워낙 좋고 견제도 좋다. 교육리그에서 견제는 최정상급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봉민호는 올해부터 선발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닝이터 스타일이라 구단에서도 선발 테스트를 해볼 심산이다. 1군 캠프에 가지 못했지만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차분하게 교정하는 단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발전에 대한 희망을 본 봉민호도 더 의욕적으로 변했다. 침착하게 말을 이어가던 봉민호는 “올해는 진짜 제대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숨겼던 야심을 드러냈다.
봉민호는 “어깨는 괜찮았지만 지난해에는 제대로 경기에 못 나갔다. 좋아지는 부분이 보이니 자신감도 생긴다”라면서 “1군에 갔으면 좋겠지만 누구나 1군에 가고 싶은 건 다 똑같지 않겠는가. 1군이 됐든 2군이 됐든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해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 봉민호에게 퓨처스팀 코칭스태프가 주문하는 것은 100이닝 소화. 1·2군 합쳐 100이닝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