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K 프리뷰 4] 백인식, 4번의 수술과 5번째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5 10: 01

SK 사이드암 백인식(30)의 오른 팔꿈치는 흉터로 가득 차 있다. 정확히 네 번 수술을 한 흔적이 있다. 아무리 팔꿈치가 의학적으로 정복되어가고 있는 부위라고 해도 한쪽에 네 번이나 칼을 댄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백인식은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다. 이제 수술실에는 더 이상 못 들어갈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는다.
수술은 고비 때마다 백인식을 가로 막았다. 첫 경험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잘 나가던 유망주는 그렇게 ‘프로 진출’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1년을 날렸다. 두 번째 수술은 2015년 9월에 있었다. 팔꿈치에 도드라진 뼈를 깎아냈다. 그 후 한 달 뒤, 백인식은 또 한 번 새 인대를 수혈한다. 11년의 세월 동안 너덜너덜해진 인대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2015년 스프링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SK 선발진의 최고 기대주로 뽑히던 백인식은 그렇게 또 한 번 장기 재활에 돌입해야 했다.
2016년 초반의 경과는 좋았다. 백인식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을 하는데 팔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마무리캠프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떠올린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자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그놈의’ 뼛조각은 또 자라 있었다. 2017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맞이하려던 백인식의 계획은 또 한 번의 뼛조각 제거 수술과 함께 날아갔다. 백인식은 “팔이 굽어서 펴지질 않았다”고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좌절하고 주저앉기만 네 번이었다. 그 중 두 번은 1년 이상의 재활을 요구하는 비교적 큰 수술이었다. 짜증도 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또 이겨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절실하게 달려들었고, 이제는 수술 후 가장 좋은 몸 상태까지 갖췄다. 이 몸 상태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 백인식의 심장이 뛰는 이유다.
순조롭게 재활 중인 백인식은 14일부터 시작된 SK의 퓨처스팀(2군) 대만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피칭을 할 준비가 끝났다는 좋은 증거다. 백인식은 “오프시즌 중 강화에서 하프피칭까지 다 끝냈다. 본격적인 피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투구도 한 번 했다”라면서 “15일 간단하게 던져 몸을 풀고 16일 피칭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게 미소 지었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다. 백인식은 그 ‘선고’에서 이제 풀려난다. 당연히 기대감이 크지만, 걱정도 된다. 백인식은 “너무 오래 쉬었다.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투구를 오래 못한 적은 처음이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그래도 팔이 조금 괜찮아지면서 되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오히려 코치님, 트레이너님들이 더 신경을 쓰시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번의 수술을 통해 얻은 것도 있었다. 처음으로 투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 백인식은 주위에서 ‘투구 환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공을 던지는 습관이 있어서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라도 공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네 번의 수술에 이제 서른이 된 백인식은 좀 더 차분해졌다. 어투와 마음가짐 모두가 그렇다.
백인식은 “이제는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아예 투구를 그만 둔다. 정상적으로 될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1군도 1군이지만 2군에서라도 건강하게 던지고 싶다”라면서 “예전에는 무조건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뒤도 안 돌아봤다. 아프고 나니 왜 그랬지 생각이 든다. 아프지 않으면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 바람이 실현된다면 백인식의 야구 인생도 다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프리뷰
몸이 멀쩡했던 2015년 당시, 백인식은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으로 5선발 자리를 꿰찬 선수였다. 사이드암으로서 140㎞ 중·후반대의 강속구를 던지고, 여기에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예리한 체인지업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장점이다. 4월에는 퓨처스리그 출전이 가능할 전망. 부상으로 허송세월한 2년 동안 입지는 많이 좁아졌지만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지 않다. 백인식은 “무조건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 것이 재활 기간의 소득”이라고 말한다. 새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백인식의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시즌 중반에는 강력한 선발 예비 자원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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