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훈련은 정말 짧을까. 하루 3시간만 해도 충분한 걸까.
OSEN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캠프 훈련량, 넥센 3시간 vs 한화 10시간30분'의 제목으로 비교 기사를 썼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캠프에서 만난 심재학 넥센 수석코치는 "그 기사가 나간 후에 타팀 코치들한테 전화가 많이 왔다"며 "정말 우리 훈련이 적냐고 다들 궁금해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넥센이 짧게 훈련을 해도 시즌 준비에 걱정이 없는 것인지. 하루 3시간 정도 훈련하는 것이 부럽기도 한 반응이다.
넥센 선수들은 오전 10시 시작해서 오후 1시면 그라운드에서 실시하는 훈련이 끝난다. 투수는 1시반까지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끝내면 정해진 훈련 일정을 더 이상 없다. 야수들은 오후 1시에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 각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훈련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훈련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한다.
이날 투수들은 불펜 피칭 대신 라이브 피칭을 실시, 타자들을 상대했다. 다른 팀도 일정이 어느 정도 지나 투수들의 어깨가 완성되면 실시하는데 넥센은 빠른 편이었다.
투수와 타자 모두 공 하나에 집중시키는 방식이었다. 채태인, 이택근, 윤석민, 김민성 등 주축 타자들은 새 외국인 투수 오설리반을 상대했다.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가 딱 공 2개만 상대하고, 돌아가면서 3~4회씩 오설리반의 공을 쳤다. 이날 처음 오설리반의 예리한 커터를 친 타자들은 "공이 좋다"며 감탄했다. 채태인은 제대로 히팅 포인트에 맞추기 못해 손가락이 얼얼하다고 엄살부렸다.
타자들은 공 2개씩 상대하며 스트라이크는 치고, 볼은 치지 말아야 한다. 선구안부터 시작. 채태인은 신재영의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들어와도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슬라이더가 엄청 좋다고 해서 그냥 한번 지켜보려고 안 쳤다"고 말했다.
투수는 구종과 코스 사인을 교환하고 던진다. 포수는 변화구일 때만 타자에게 변화구(커브인지 체인지업인지 구종은 알려주지 않고)라고만 알려준다. 아직 타자들도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 변화구를 예상하지 못하고는 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택근은 "그냥 배팅볼 기계에서 나오는 공을 치는 것과 다르다. 투수는 자기 리듬을 갖고 던지고, 타석에 선 우리는 실제 경기처럼 투수의 타이밍을 맞춰가며 치게 된다. 기계 공이나 치기 좋게 던져주는 배팅볼과는 감이 다르다"고 했다.
오설리반을 공을 상대한 타자들은 바로 옆의 그라운드로 옮겨 밴헤켄의 공을 상대했다. 역시 딱 2개씩 3~4차례 로테이션. 밴헤켄이 10~15분 정도 던지고 내려가면, 신재영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타자들은 2개의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선 오설리반, 한쪽에선 밴헤켄을 상대하고 바꾸는 방식. 1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버리는 시간없이 바로바로 라이브 배팅 훈련이 이어졌다. 넥센 1~3선발의 살아있는 공을 상대하며 타자들은 자신의 타격 감각을 점검한다.
내,외야 중계 플레이 훈련을 할 때는 홍원기 수비코치가 타구 하나마다 플레이가 끝나면 바로바로 피드백으로 선수들에게 지적을 해준다. "지금 누구는 어떤 움직임이 안 좋았다. 이렇게 해라." 그라운드에서 대화, 설명하는 시간이 많았다.
매일 훈련 시작에 앞서 전체 미팅, 파트별(투수, 내야수, 외야수, 포수) 미팅, 선수단 미팅으로 그날그날 훈련에 관한 요점과 설명을 충분히 하고 시작한다. 훈련 시간이 짧은 대신 그라운드에 나오면 빈 틈을 보이지 않고, 훈련에 대한 집중력이 매우 높다. 훈련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코치들은 모여서 그날 훈련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갖는다. 선수별로 부족한 점을 파악해 다음날 훈련 일정을 짜는 데 반영한다.
오전 9시 자율 훈련은 자신의 모자람을 채우기도 하지만, 10시 공식 훈련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채태인은 "오전 9시 자율 훈련에 부담없이 나간다. 힘들게 무언가를 한다기 보다 몸을 풀고 하루 훈련을 준비한다. 10시에 워밍업부터 시작하지만 자율 훈련에서 미리 몸을 풀어두면 훈련 시작부터 집중하기 좋은 몸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넥센 캠프의 야구장은 텅 빈다. 숙소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웨이트트레이닝을 조금 더 하는 일정이다. 김세현은 "훈련이 일찍 끝나면 푹 쉰다.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 [사진] 피오리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