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5개 구단(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 3개 구단은 피닉스 인근,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는 투산)이 스프링 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주는 뛰어난 야구장 환경과 따뜻한 기후로 최고의 스프링 트레이닝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과 시차문제가 좀 걸리는 것이 단점이지만 훈련 여건만큼은 다른 곳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플로리다는 비와 바람이 문제이고 일본 오키나와는 2월 중순이후에나 기온이 올라오는 등의 약점으로 애리조나가 국내 프로야구단들의 스프링 캠프 대세지역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리조나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곳곳에 카지노가 자리하고 있어 자칫하면 선수들의 일탈이 걱정되는 지역이다. 때문에 이전부터 애리조나에 캠프를 연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카지노 출입을 금지하는 내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수들은 휴식일 전날 밤 등 몰래 나가서 카지노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다른 마땅한 놀이거리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다는 핑계로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이런 의식 없는 행동이 빚은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계를 강타했던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사태는 결국 카지노에서 가볍게 즐기는 도박 습관이 야구 현장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박은 중독이 되면 끊기 힘든 유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애리조나를 찾은 프로야구단들은 이전보다도 더 엄격한 카지노 금지령을 발동하고 있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훈련시작할 때부터 전선수단에 카지노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만약 카지노 출입이 발견되면 곧바로 귀국조치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반드시 물을 작정”이라며 도박과의 인연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롯데 선수단도 마찬가지이다. 선수단의 훈련을 보기 위해 캠프를 방문한 이윤원 단장은 “카지노 출입금지령은 물론 도박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출입이 발각되면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인근에서 훈련 중인 넥센 선수단은 전임 염경엽 감독시절부터 카지노 출입 금지령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염 감독시절 카지노 출입이 발견되면 누구든 곧바로 귀국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도박 문제의 소지는 애리조나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리조나에서 스프링 캠프를 마치고 연습경기를 위해 대개 일본으로 건너갈 때에는 파친코가 문제가 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야구전문가로 애리조나 캠프지를 찾은 문상렬 스포츠평론가는 “도대체 카지노는 안되고 파친코는 된다는 사고방식이 어떻게 가능하냐. 둘다 도박 아닌가.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처럼 카지노나 파친코 모두 도박 습성을 몸에 베게 하는 문제가 있다. 아예 둘 다 못하도록 원천봉쇄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의 개인 생활을 코칭스태프나 구단이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선수들이 강한 승부근성이 있어 도박에 쉽게 빠진다. 결국 선수들이 인식을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자기계발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파친코가 비교적 액수가 적고 밤10시 등 일정한 시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선수들이 찾는 것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휴식일날 마땅히 스트레스 해소책이 없다는 이유로 묵인하는 구단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파친코도 엄연한 도박이다.
검찰이 14일 NC 야구단의 승부조작 사건 은폐 및 사기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 한국프로야구계가 그나마 한 숨을 돌린 형국이다. 하지만 이참에 선수들에게 도박은 자신의 인생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를 망치는 일임을 더욱 강조하고 인식시켜야 한다.
선수들의 문제의식 고취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구단들과 야구계도 선수들이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휴식일에는 탁구, 골프 등 다른 스포츠나 독서, 영화관람, 관광, 쇼핑 등으로 가볍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음날 훈련을 위해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등의 방안을 더욱 다양화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올해는 아직까지 스프링 캠프에서 카지노에 출입해서 문제가 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애리조나, 박선양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국내프로야구단의 스프링 캠프 대세지로 떠오른 애리조나의 야구장 전경.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