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못 챙긴' 강민웅, 팀과 팬들 모두에게 피해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2.14 21: 13

[OSEN=인천, 최익래 인턴기자] 강민웅(한국전력)의 실수에 팀과 팬들이 피해를 봤다.
한국전력은 14일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경기를 위해 인천 원정을 떠났다. 4위 우리카드와 승점 차는 1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주전 세터 강민웅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강민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결장에 경기장이 술렁였다. 강민웅은 한국전력이 1-4로 뒤진 1세트 초반 교체투입됐다.

랠리가 한 번 오가며 대한항공이 4-2로 앞선 상황.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경기 감독관에게 강민웅이 착용한 유니폼에 대해 항의했다. 강민웅의 유니폼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민소매였던 것. 하지만 경기 감독관은 별 문제가 없다며 박기원 감독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세트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상황에서 다시 문제가 지적됐다. 박기원 감독의 항의를 곱씹어본 경기위원회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문제는 소매의 유무만이 아니었다. 강민웅의 유니폼은 애초에 KOVO 로고 등이 동떨어진 곳에 부착된 동료들과 다른 유니폼이었다.
강민웅이 민소매 유니폼을 입은 사연은 이렇다. 강민웅은 애초에 붉은색 홈 유니폼을 챙겨왔다. 당연히 경기에 출장할 수 없던 상황. 한국전력 직원이 급하게 강민웅의 원정 유니폼을 수배했고 지난 시즌에 사용한 민소매 원정 유니폼을 구해왔다. 올 시즌 유니폼과 KOVO 로고 등의 위치가 달랐다. 그러나 경기 감독관이 이를 허락했고 한국전력은 아무 문제 없다는 판단으로 강민웅을 출장시켰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 제49조4항을 살펴보면 “남녀 모두 소매의 유무와 길이에는 제한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단, 모든 선수가 똑같은 디자인과 소매 길이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혼자만 민소매 유니폼을 입은 강민웅은 ‘부정 선수’로 분류돼 코트 밖으로 나가야 했다.
박기원 감독의 항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한국전력이 머리를 썼다. 웜업존에서 대기하던 선수의 유니폼을 벗긴 뒤 강민웅에게 입힌 뒤 그 위에 민소매 유니폼을 겹쳤다. 두 겹이지만 언뜻 보기에 반팔 셔츠처럼 보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과 경기 감독관 모두 이를 용납할 리 없었다.
결국 한국전력의 점수는 ‘부정 선수’ 강민웅의 투입 전인 1점으로 돌아갔다. 14-12로 팽팽하던 점수 차가 졸지에 14-1로 바뀐 것이다. 결국 1세트는 대한항공이 25-8로 손쉽게 따냈다.
항의와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무려 26분이 소요됐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빨리 결정하든가, 팬들한테 제대로 설명해라”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강민웅의 잘못된 선택이 본인과 팀,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마저 피해를 끼쳤다. 집중력을 코트 안에서만 발휘해서는 안된다. /ing@osen.co.kr
[사진]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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