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그래, 가족' 쓸데없이 눈물 뽑는 신파가 아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2.14 17: 44

 영화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은 아버지의 장례식날 한자리에 모인 삼남매의 모습을 담으며 시작한다. 번듯한 직장이 없는 장남 오성호(정만식 분)는 찾아주는 사람 없이 썰렁한 장례식장에서 아내와 함께 허탈과 허무를 느낀다.
오빠처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가는 셋째 주미(이솜 분)는 돈도 없고 꿈도 없지만 그나마 가장 정이 깊은 딸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등장했지만 택시비를 낼 돈이 없고, 둘째 언니 수경(이요원 분)에게 대신 내달라고 해 자매간에 싸움만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 자신이 죽은 아버지의 막내아들이라고 우기는 오낙(정준원 분)이 등장하면서 삼남매의 관계가 급진전된다. 각자 자기 살기 바빠 나 몰라라하며 이기적으로 굴던 세 사람이 어린 동생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점점 깊어지게 되는 것. 여느 가족극과 다르지 않지만 '그래, 가족'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식상하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안긴다.

삼남매를 연기하는 정만식, 이요원, 이솜의 외모는 전혀 닮은 구석 없지만 스크린을 가득 메운 얼굴과 그 위를 스치는 알 듯 말 듯한 표정들의 연속된 배치, 쏟아지는 감동적인 장면, 대사들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무엇보다 아역배우 정준원이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음에도 타고난 듯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묵직하게 가족애를 환기시킨다. 마치 친동생이 아닌 듯한, 여러 가지 단서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가 형과 누나들을 챙기는 에피소드에서 천덕꾸러기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곳곳에서 누나 수경의 밥을 차려주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주미의 꿈을 응원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막내만의 천진한 모습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세 남매의 형제애를 꺼내주는 막내의 역할이 중요한데, 뒤로 갈수록 에피소드간의 교차점이 드러나면서 흡인력을 높인다.
개봉은 2월 15일./ purplish@osen.co.kr
[사진]청우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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