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은 베테랑을 소개하라", 힐만 감독의 이색 지령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2.14 11: 38

트레이 힐만 SK 신임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베테랑’의 리더십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팀 케미스트리’ 확립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짜내고 있다.
SK는 지난 1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여느 팀과 다름없이 선수들의 몸 만들기와 갖가지 전술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한국야구, 그리고 SK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힐만 감독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도 힐만 감독은 지난주 박정권, 박재상, 조동화 등 8명의 고참급 선수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힐만 감독은 “베테랑들이 팀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를 제시했다. 선수단 전체가 고참급 선수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만들기 위한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 소개하기’ 미션이었다.

힐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주장 선임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선수들을 직접 만나 후보군을 추렸다. 이후 '선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다. 스프링캠프 시작 후 주장 선임까지 약 2주가 걸린 이유다.
‘캡틴’ 박정권의 소개는 지난해 입단한 거포 유망주 임석진이 맡았다. 2017년 신인투수 권기영과 김성민은 각각 조동화, 박정배를 소개해야 했다. 이외에도 최정용은 나주환을, 박종욱은 임준혁을 책임졌고 박종욱은 임준혁과, 박세웅은 신재웅과 짝을 이뤘다. 타인에게 누군가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에 대해 낱낱이 알아야 한다. 신참급으로 분류된 선수들은 고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타자 대니 워스도 박재상과 짝을 이뤘다는 부분이다. 힐만 감독은 “외국인 선수도 팀의 일원이다. 고참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스는 “박재상과 나는 평생 지구 정반대편 다른 문화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휴식을 취하는 방식, 여가를 즐기는 법 등 비슷한 점이 많아서 신기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SK에 새로 합류한 선수다. 기존 팀원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내게 큰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캡틴 박정권과 그를 소개한 임석진의 나이차는 무려 16살. 임석진에게 이 미션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주장의 리더십이 임석진을 바꿨다. ‘인터뷰어’ 임석진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내게 박정권 선배가 먼저 다가와 ‘궁금한 거 없냐?’고 질문을 던져주셨다. 공책에 여러 가지 조언들도 직접 적어주셨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선배들과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마치 큰형님이 생긴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인터뷰이’ 박정권은 “‘나’를 주제로 후배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 프로 입단했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임)석진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더 빨리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KBO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던 풍경. 어쩌면 이것이 SK의 올 시즌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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