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때 잘하면 뭐해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KIA 내야수 김주형(32)을 향한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롭게 KIA 유니폼을 입은 최정상급 타자 최형우는 "배팅 훈련 때마다 주형이 치는 것을 보면 미친 것 같다. 힘이 진짜 대단하다"고 말했고, 메이저리그 출신 새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김주형의 스윙이 인상적이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김주형은 "연습 때 잘치면 뭐해요"라며 손사래친 뒤 "형우형처럼 자리가 확실히 있는 선수들과 달리 난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하나 치더라도 더 세게, 멀리 치려고 한다. 좋은 타구를 날려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2017년, 김주형에겐 정말 큰 기회가 왔다. KIA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3년간 함께한 외인타자 브렛 필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1루에 자리가 났다. 외야수로 뛴 김주찬이 1루 자리에 들어갈 것이 유력하지만 김주형에게도 더 큰 기회의 문이 열렸다.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에서부터 김주형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캠프에서 김주형을 8명의 고참조에 배치,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주형은 "훈련 첫 턴 둘째 날까지는 후배들과 같이 훈련했는데 코칭스태프에서 고참조로 스케줄을 빼주셨다. 배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KIA가 필을 포기할 수 있었던 건 김주형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주형은 "(브렛 필이 빠지면서) 아무래도 나에겐 좋게 작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내가 잘해야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감독님께서 기술적으로 많은 말씀을 해주시지만 나머지 풀어가나는 것은 제 몫이라고 했다. 작년에 어느 정도 성적을 냈지만 그걸로 만족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올해가 중요한 시즌이고,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김주형은 오랜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잠재력을 펼쳐보였다. 135경기 타율 2할8푼1리 97안타 19홈런 49타점 OPS .854를 기록한 것이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장타력을 뽐냈고, 올해는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하려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한다.
김주형은 "형우형과 버나디나가 가세하며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아졌다. 같이 배팅을 치며 조금씩 가르쳐주는 게 도움이 된다"며 "작년 마무리캠프 때처럼 손목과 하체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유격수도 준비한 작년과 달리 항상 봐오던 3루와 1루를 연습 중이라 수비 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건강하게 뛰는 것이다. 그는 "내가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목표를 숫자로 정해놓고 해본 적이 없다. 목표가 있다면 아프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작년보다 잘해서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주형은 "팀 멤버를 보면 작년보다 안 좋을 수 없다. 더 높은 순위에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