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 아무 소용없다".
한화 베테랑 우완 투수 이재우(37)는 8년 전 이맘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였다. 2008년 두산에서 65경기 11승3패2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1.55로 활약, 특급 불펜 위용을 떨치며 당당히 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한화 동료들은 이재우를 자리켜 "WBC 출신"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고, WBC는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재우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소속팀이 한화로 바뀐 이재우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 벼랑 끝 심정으로 사투를 하고 있다.
이재우는 지난 13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3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WBC 일본대표팀에 발탁된 야마다 데쓰토를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기도 했다.
네덜란드 WBC 대표로 발탁된 외국인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1루 땅볼로 범타 처리하는 등 안정감 있는 투구로 5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고 구속은 140km에 그쳤지만 2월 중순이란 시기를 감안하면 크게 나쁘지 않다. 지난해보다 한층 경쟁력이 생겼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재우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 때부터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한다. 좋아지는 게 보인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도 "지나간 것 아무 소용없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올해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올해 끝나면 FA이기도 하고, 선수 스스로도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우는 "예년보다 빨리 불펜 투구에 들어가며 실전 준비에 들어갔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무조건 열심히, 잘해야 할 상황이다. 연습경기라도 나가면 잘 던져야 한다. 여기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나에겐 전쟁이다.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는 말로 절박함 심정을 나타냈다.
2015시즌을 마친 뒤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정든 두산을 떠나 한화로 이적한 이재우. 그러나 이적 첫 해 15경기에서 승리없이 1패 평균자책점 6.04에 그쳤다. 그는 "지난해 팀에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아쉬운 해였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다"고 이를 악물었다.
2년째가 된 한화 캠프도 이젠 적응됐다. 이재우는 "작년에는 뭣 모르는 신인의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적응이 됐다. (감독님 훈련이) 어떤 것인지 알고 들어온 만큼 아무 것도 몰랐던 지난해보다 낫다"며 "어떻게든 감독님 눈에 꼭 들겠다"고 굳은 각오를 불태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