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유일' 스컬의 단추공장, 기계 돌아가기 시작했다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2.13 11: 38

 유일하다는건, 유리한 동시에 불리하다. 경쟁자가 없어 독점적일 수 있지만, 나태해지기 쉽다. 자유롭고 눈치볼 필요 없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을 키우는 것도 오롯이 본인의 몫으로 남는다. 유일하다는 건 엄청난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고 스트레스다.
스컬은 지난 15년여간 대한민국 레게신에서 유일했다. 혼자 레게 음악을 한건 아니지만, 거의 유일하게 지명도를 갖춘 레게 아티스트로서 이 신을 떠받치듯 버텨왔다. 
레게가 워낙 생소하니, 스컬에 대한 평가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작은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지만 나태에 빠졌고, 자유롭게 음악했지만 시장에서 혼자 컸다. 앞서 말한 유일함의 장점 보단 단점을 그대로 체험한 시간이었다.

그런 그에게 비친 한 줄기 빛은 저 멀리 자메이카에서였다. 스티븐 말리와 협업한 '러브 인사이드'란 곡으로 자메이카 차트 1위를 기록했다. 혼자버틴 15년의 피로감이 일순간 해소되는 느낌. 레게 시장의 중심에서 정상에 오르며, '유일해서 돋보였다'는 시선도 거둬들일수 있었다.
스컬은 대한민국에서 하나 뿐인 단추공장이다. 유행은 지나가지만, 시장에서 단추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단추가 이제 명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7년을 여는 스컬의 음악적 행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자메이카에서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실망스러웠죠. 스티븐 말리(밥 말리의 아들)와 콜라보를 했는데도 국내 차트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홍보도 열심히 했던 차라 하하도 그렇고 내부적으로 침체돼 있었죠. 근데 음원을 발표한지 3달 정도가 지나서 자메이카 현지 라디오에서 우리 곡이 소개된다고 하더군요. 한 두번 나오다 말겠지 했는데 갑자기 역주행이 시작된 거예요. 그러다 음악 방송에서 1위에 까지 오르게 됐고요. 기적이었죠. 우리가 음악적으로 침체돼 있을 때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어요. 20대의 열정을 다시 찾게 해줬죠."
-고무돼 자메이카까지 넘어갔죠.
"본격적으로 홍보를 했어요. 현지에서 가장 유명한 저녁, 아침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2대 일간지 인터뷰도 했고요. 10일 정도 짧고 굵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정도로 인기가 있으면, 거기에서 음악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자메이카가 다 좋은데 돈 벌기가 어려워요. 거기에서 1위를 해도 결국엔 미국에까지 진출이 되어야 진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1위를 하긴 했지만 스티븐 말리 덕이 컸어요. 국내로 치자면 신인 가수 싱글에 조용필 선배님이 피쳐링한거나 다름없죠."
-후속 활동도 기대를 모읍니다. 
"지금도 얘기는 하고 있는데 빨리 빨리가 힘들어요. 일단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요. 하지만 단발적으로 끝날 거는 아니고 더 좋 소식들이 있을 거 같아요. 제가 결정적인 결과가 있기 전까지는 설레발을 치지 않는 스타일이라.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건 올해 안에 더 글로벌한 걸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 입니다."
-예능보다는 음악에 '몰빵'을 할 때, 더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거 같아요.
"예능이 제 자리는 아닌거 같아요. 그렇다고 예능 때문에 나태해지거나 그런건 아니고, 음악을 좀 소홀했던 거 같아요. 헝그리함도 어느 순간 실종됐고요. 이제는 음악에 몰빵하겠다는 각오가 섰어요. 솔로로 시작해 여름이면 스컬앤&하하가 나올거고요. 20대 때처럼 음악에 올인하자는 생각입니다." 
-올해에는 월간으로 싱글을 줄기차게 발표할 거라고.
"회사 식구들이랑 연말에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 결과에요. 2014년 이후로는 스컬&하하에 집중한 거 같아요. 이젠 한번쯤 제가 준비한 음악을 들려줘야 할 거 같다고 봤어요. 스컬&하하와는 다른 색깔의 것을 준비한 게 많은데 차근차근 할 생각이에요. 레게만 1년 내내 풍성하게 들려줄 생각입니다. 현재 12월, 11월, 5월꺼는 준비돼 있고요. 80퍼센트 정도 작업은 돼 있습니다."
-첫 번째 싱글 '크레이지'는 달달한 사랑노래입니다.
"스토니스컹크 때부터 제 노래를 쭉 들어본 분들은, 생소하진 않을거예요. 당시 빌보드차트에 오른 곡도 사랑노래였고요. 원래 음악은 좀 다양하게 했어요. 굉장히 슬픈 사랑노래도 있고 심한 욕이 들어간 곡도 있고요. 이번 곡도 제 정체성을 바꿨다던지 하는 문제는 아니고, 제 안에 여러 스타일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이게 작년에 자메이카나 미국 쪽에서 많이 유행했던 레게 스타일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레게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진태(버벌진트)도 이런 레게를 많이 듣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네가 좀 아는구나 했죠."
-레게보다는 팝에 가깝게 들리던데요.
"분명히 레게인데 이런 스타일이 지난해에 떴어요. 드레이크랑 리한나가 이 스타일을 섞어서 차트를 석권했고 저스틴 비버도 레게 리듬을 차용했고요. 그러다보니, 길 어디서든 레게가 들려왔어요. 아마 그래서 좀 팝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귀에 익숙해진거죠."
-이번 곡에 피쳐링을 두명이나 썼어요.
"처음에 곡을 쓰고 후렴 부분에서 답이 안나왔어요. 친한 라이머 형에게 고민 상담을 하니 여자보컬로 키디비를 추천하더라고요. 뚝딱 만들어서 보내줬는데 노래가 좋더군요. 래퍼로만 알았는데 가창이 더 좋았어요. 2절은 제가 랩을 했는데 좀 지루한 맛이 있어서 진태에게 부탁을 했어요. 핑계대고 안해줄지 알았는데 흔쾌히 해줬죠."
-나태해졌었다는 얘기를 했어요.
"게을러 진거죠, 절실함이 예전같지 않았고요. 그러다 음악적인 슬럼프도 찾아왔어요. 제가 쓴 가사 중에 '뭐를 써도 예전같지 않아'라는 내용이 있는데 딱 그랬죠. 뭘 만들어도 자신감이 떨어졌고 누가 '노래 안 내세요' 물어보면 '만들고 있어'라고 회피하게 되더라고요."
-한국 레게를 전망해보자면.
"잘 됐으면 좋겠죠. 사랑받으면 좋겠고요. 물론 애착도 있지만 그건 대중의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강요한다고 떼쓰고 그럴 것도 아니고요. 이 바닥은 10년, 20년 경력이 중요한 게 아니고 모두가 공정하게 신인이든 중견이든 음악으로 붙는 거잖아요. 저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으로 들려드릴 뿐이지, 딴 음악은 이상해요 제 음악이 최고에요 그 생각은 없어요. 전 지금도 행복해요. 지금보다 많이 떨어지면 슬프겠지만요."
-지금에 만족하나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어요. 돈이 몇천억 있어도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전 지금이 좋아요. 인기도 음악도 지금 정도가 좋아요. 이대로만 평생 갈수 있다면 평생가고 싶어요. 20대 때 형들이 길게 가는게 최고야라고 하면 이해 못했어요. 이젠 그때 선배들의 말이 이해돼요. 저랑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수들이 별로 없거든요. 경험있는 뮤지션들이 자꾸 사라져버리면, 어린 친구들이 방향성을 갖고 음악하기 힘들어질 거예요. 개리 형이 작년에 '스컬아 너는 하나밖에 없는 단추공장이야, 꾸준히 계속 하면돼. 꾸준히'라고 하더군요. 그 말대로 할 생각이에요."
-언제 처음 레게을 해야겠다도 생각했나요.
"중고등학교때는 사실 힙합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등 뒤에 있던 레코드숍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밥말리의 '노 우먼 노 크라이'였어요. 그때 레게를 알았고 밥 말리를 배웠고 레게에 푹 빠졌어요. 그러다 언더그라운드에서 MC스나이퍼와 힙합 그룹을 했는데, 랩을 레게 스타일로 했어요. 그러다 스토니스컹크를 따로 만들면서 레게 음악을 시작했죠."
-남은 소망이 있다면요.
"'부산 바캉스' 같은 히트곡이 하나 더 나왔으면 합니다. 하하. 레게 음악이 힙합처럼 한 번 우리나라에서도 붐이 일었으면 좋겠고요. 그 중심에 제가 있으면, 물론 여름에는 스컬&하하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가장 큰 꿈이지만 그게 이뤄지지 않아도 음악은 쭉 할 생각입니다."
-하하는 음악적 동료인데, 가수로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제가 얘기하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겠지만, 하하의 공연을 본 분들은 가수로 바로 인정할 거예요. 워낙 재미있고 예능 캐릭터가 있으니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무대에서는 그런 선입견을 깨는 열정같은 것이 보이거든요. 무대 뿐 아니라 밖에서의 땀과 열정 노력을 전 잘 알죠. 레게에 대한 사랑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보컬리스트로서의 실력 같은 부분은 감히 제가 평가할 게 아닌거 같고요."
-소속사 사장으로는 어떤가요.
"지조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 하고 싶은걸 쭉 할 수 있었던거 같아요. 같이 레게를 하면서 같은 고통을 받고 있어서 그런가. 하하. 같은 꿈을 꾸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같이 고민하고 같이 달려가고 있는 거 같아요. 항상 같이 뛰는 기분이에요."
-스컬에게 음악이란.
"전부죠, 제 모든 게 음악하고 연결돼 있어요. 여행도 그렇고 술 마시고 놀고 여자를 만나는거까지도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죠. 음악에 관련된 걸 빼보니 할 줄 아는 거 관심있는 거 그런게 없더라고요. 삶이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바깥으로는 그만 돌고,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곡 들려드리면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활동으로는 사랑을 받든 안 받든 대중의 심판을 받으려고 해요. 결국은 좋은 노래가 성공적인 프로모션이라고 생각하고 음악에 집중하겠습니다. 1년짜리 활동인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곡들이 히트하지 못하면 힘은 빠지겠지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지난해 자메이카에서 좋은 일이 있었던 거처럼 한국에서도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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