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캠프에 지옥 문이 다시 열렸다. 첫 연습경기 대패 후 밤 9시까지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진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한화는 지난 12일 주니치 드래건스와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투타 모두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1-18 대패를 당했다. 주니치에선 알렉스 게레로, 다얀 비시에도 등 외국인 타자들에 WBC 일본 대표로 발탁된 히라타 료스케까지 선발로 출전하며 전력으로 맞섰다.
한화는 배영수가 선발로 3이닝 2실점 역투를 하며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젊은 투수 6명이 16실점을 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타선도 산발 5안타에 그치며 1득점으로 완봉패를 면하는 데 만족했다. 실책도 3개나 나왔고, 도루 허용도 3개 있었다. 주전 선수 중에선 5회 이후 윌린 로사리오와 송광민이 교체로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어느 하나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김성근 감독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오후 1시 시작된 경기는 4시11분이 끝났고, 선수단은 곧바로 경기가 열린 차탄구장에서 본거지 고친다구장으로 이동했다. 투수들을 제외한 채 야수들의 나머지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무려 밤 9시까지 이어졌다.
최고참 조인성과 통증을 안고 있는 차일목(무릎) 양성우(아킬레스건) 하주석(허리)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나머지 훈련을 받았다. 외국인선수 로사리오도 예외없이 펑고 훈련을 받고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타격과 수비 모두 쉴 새 없는 훈련이 진행된 사이 밤이 깊어 어둠이 내려앉았다.
특히 이날 연습경기에서 잘되지 않았던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내야수와 외야수 가리지 않고 강도 높은 훈련에 숨을 헐떡였다. 선수들은 훈련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식당에서 피자로 허기를 채웠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가 지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캠프 때마다 '공포의 지옥 훈련'으로 불릴 만큼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다. 3년차가 된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군 선수단 운영은 김 감독의 권한이라 고유의 훈련 스타일은 변함 없다. 안 되는 것은 반복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오래된 신념. 선수들도 지난 2년간 김 감독과 함께하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몸은 고되다.
한화는 13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우라소에구장에서 두 번째 연습경기를 갖는다. 첫 연습경기 대패 후 밤까지 이어진 훈련으로 지옥의 문을 경험한 한화 선수들이 각성할 수 있을까. 연습경기이지만 한화 선수들에겐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는 살얼음 승부가 될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