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에서 적이 된 두 선수의 신경전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체사 피크 어리나에서 벌어진 2016-17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하 OKC)를 130-114로 물리쳤다. 골든스테이트(46승 8패)는 NBA 전체 1위를 달렸다. OKC(31승 24패)는 서부 6위를 유지했다.
케빈 듀런트(29)가 골든스테이트 이적 후 처음으로 오클라호마시티를 방문했다. 듀런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은 NBA를 대표하는 슈퍼콤비였다. 올스타전에서도 미국대표팀에서도 둘은 늘 함께 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우승불발이 두 선수의 관계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듀런트는 골든스테이트 이적 시 웨스트브룩에게 짧은 문자메시지만 남겼다. 웨스트브룩은 “어떻게 나와 상의도 없이 팀을 옮기느냐?”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 둘은 공식적으로 원수지간이 됐다.
이적 후 대중들의 비난에 대해 듀런트는 “물론 어렵다. 이렇게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익숙해지고 있다. 명백히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내가 사정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사람들이 날 대신 아침 9시에 일어나 운동을 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가 이기적인 농구를 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이기적인 선수들이 아니다. 제대로 된 농구를 해서 우승하고 싶을 뿐”이라며 우승을 최우선으로 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였다.
듀런트가 떠난 뒤 웨스트브룩은 시즌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OKC의 전력은 지난 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웨스트브룩 혼자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반면 듀런트는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과 함께 효율적인 농구를 펼치고 있다. 20분만 뛰면서 25점을 올리고 대승으로 조기 퇴근하는 경우도 잦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듀런트를 대하는 OKC 팬들의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팬들을 져버린 듀런트는 천하의 역적이 따로 없었다.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반면 웨스트브룩은 평소보다 훨씬 더 일방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듀런트는 첫 슛을 깨끗하게 꽂으며 야유에 실력으로 대응했다.
절친이었던 두 선수의 신경전은 끊이지 않았다. 3쿼터 중반 올라디포가 3점슛을 성공하자 팬들이 엄청나게 환호를 했다. 이 때 웨스트브룩과 듀런트는 서로 트래쉬토크를 주고받았다. 설전에 팬들까지 가세했다. 듀런트를 비난하며 웨스트브룩을 응원했다. 이미 승부는 골든스테이트로 크게 기운 상황. 하지만 승패는 중요치 않아 보였다. 팬들은 듀런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더 큰 관심이 있었다.
3쿼터 후반 안드레 로벌슨이 슛을 하는 듀런트를 심하게 밀쳤다. 듀런트가 넘어지면서 끝까지 슛을 성공했다. 전 동료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 두 선수는 끊임없이 트래쉬토크를 주고받았다. 로벌슨은 듀런트에게 다가가 가슴으로 그를 밀치기도 했다. 안드레 이궈달라도 흥분해 신경전에 가세했다. 결국 테크니컬 파울이 쏟아졌다.
4쿼터에는 듀런트가 공을 놓치자 웨스트브룩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두 선수는 같이 점프볼을 했다. 웨스트브룩이 공을 따내자 함성이 쏟아졌다. 반대로 웨스트브룩이 그린을 상대로 공격자파울을 범하자 야유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듀런트는 4쿼터 후반 다시 등장해 연속 5득점을 꽂았다. 엄청난 야유에도 흔들림 없는 슈팅이었다.
웨스트브룩은 마치 화풀이를 하듯 47점, 11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쏟아냈다. 하지만 턴오버 역시 11개로 너무 많았다. 본인의 한 경기 최다 불명예 기록이다. 빅터 올라디포가 20점을 거들었지만 충분치 않았다.
이번에도 승리는 듀런트의 차지였다. 듀런트는 32분을 뛰면서 34점, 9리바운드를 작성했다. 든든한 동료 스테판 커리(26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 2스틸, 3점슛 4개), 클레이 탐슨(26점, 3점슛 5개)의 지원을 등에 업었다. 전날 득점 없이 트리플더블(4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10스틸)을 작성했던 드레이먼드 그린은 6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으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듀런트와 웨스트브룩의 첫 3경기는 모두 듀런트의 승리로 끝났다. 다음 경기는 3월 21일 정규시즌 마지막 대결이 남아있다. 과연 웨스트브룩은 한 번도 듀런트를 이겨보지 못하는 것일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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